[경제] 핵잠 건조능력 키워온 한국…비밀은 '보일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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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건조지로 콕 집어 지목했다. 그러나 민감한 핵 기술과 특수 설비를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라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소형원자로를 탑재해 장시간 잠항이 가능하고, 기동성과 작전 범위에서도 디젤 잠수함보다 우위인 전략 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이를 건조하려면 핵연료 확보와 원자로 통합 기술, 특수 제작 설비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 위주라 핵잠수함 건조 설비가 전무하다. 핵잠수함은 일반 잠수함과 달리 대부분 지상 조립 방식으로 제작되고, 원자로 탑재를 위한 전용 설비와 방사선 차폐 구조물 등 인프라를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

숙련 인력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특히 원자로 통합이 요구되는 특수선 건조는 고난도의 용접 및 정밀 조립 기술이 필요한데, 관련 인력은 국내에서도 극소수다. 김명현 부산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현재 필리조선소 설비로는 상선이나 디젤 잠수함 건조까지는 가능하지만, 원자로를 탑재해야 하는 핵잠수함은 수준이 다르다”며 “고급 용접, 방사선 차폐 설계, 미국 내 인증 절차 등 여러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디젤 잠수함 기술만 보유하고 있다. 그마저도 1980년대 후반 독일 HDW사로부터 209급 잠수함 기술을 도입하며 확보했고, 이후 독일 214급을 기반으로 한 장보고-II급 9척을 자력으로 건조하며 기술 자립의 토대를 마련했다. 핵잠수함 개발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기술도 준비해 왔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는 일명 ‘보일러 프로젝트’를 내부에서 가동해 핵잠수함 설계 및 운영 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축적해 왔다고 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실증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양국의 협상에 따라 핵잠수함을 직접 건조·보유하는 국가가 된다면, 한국 조선업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핵잠수함은 척당 약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치 선박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더라도 우리가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고, 디젤 잠수함을 수주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도 우위를 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수상함과 잠수함 수출을 맡아 ‘K조선 원팀’으로 글로벌 수주를 노리고 있다.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해군 차세대 잠수함 12척 도입 사업의 최종 후보에 들었으며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 국가의 해군 사업 입찰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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