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010'이라 받았는데 해외서 온 피싱 전화…心 울리는 S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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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외딴 야산 풀숲에 숨겨진 변작 중계기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 경북경찰청
해외에 거점을 둔 범죄 조직에 연루돼 국내에서 심박스(SIM-BOX)를 활용해서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수사당국은 관련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박스란 해외에서 발신되는 국제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발신번호 변작(變作ㆍ거짓표시) 중계기다. 국번이 ‘070’인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바꿔서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주로 활용된다.
지난 7월 중국ㆍ필리핀에 있는 범죄 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고 심박스를 활용해 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30대 여성 3명이 1심에서 각각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중국에서 제조한 심박스를 몰래 반입해 쓰레기 수거 차량 적재함에 숨기고, 조직원의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처럼 가장하는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부장 신정일)는 지난 6월 4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그가 범행에 사용한 심박스 2대를 몰수했다. 재판부는 “A씨는 심박스를 숨기고, 해외에 거점을 둔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해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황관’ 범죄 단지(웬치)와 연계된 국내 심박스 관리 조직을 지난 6월 검거해 수사하고 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과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신번호 변작 의심 신고 건수는 지난 3년간 2만9681건(2022년)→3만4674건(2023년)→5만9365건(지난해)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올해 1~8월 신고 건수도 2만9352건에 달했다.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액은 지난해 4100만원을 기록하면서 2023년(2366만원) 대비 73%가량 증가했다.
심박스, 유통되면 추적하기 힘들어
심박스 유통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활용해 상대를 기만하거나 발신 번호 등을 속이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번호 조작 행위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신고가 접수돼야 통신사에 통보가 이뤄지고, 피해가 확인돼야 경찰 수사가 이어지는 식이다.

음식물쓰레기 더미 옆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꾸며진 변작 중계기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 경북경찰청
그러나 수사가 개시된다 하더라도 경찰이 심박스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심박스는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차량뿐만 아니라 고가 밑, 건설 현장 배전함, 아파트 소화전 등에 주로 숨겨져 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통신사로부터 의심 위치를 전달받고 출동하지만, 전파 탐지기로 그 일대를 일일이 추적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부가 “심박스 유통 현황을 별도 통계로 관리하지 않고 있지 않다”(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 관계자)는 점도 추적이 쉽지 않은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통신사가 정보를 공유해서 심박스 관련 통계를 관리하고, 불법 중계기를 미리 탐지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 교수)고 진단한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월 11일 불법 변작 중계기의 제조·수입·판매·대여·배포를 금지하고, 발신번호 인증·탐지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아직 법안소위 문턱을 밟지 못했다.
이와 관련 배경훈 과기부 장관은 전날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변작 중계기 사업을 원천 금지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과기부 차원에서도 검토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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