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98세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 처음 한국 땅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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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바이올린 도록을 들고 있는 안드레아 비르질리오 크레모나 시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727년 제작된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아래 사진)’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가유산청과 이탈리아대사관이 다음달 1~21일 서울 덕수궁에서 여는 ‘덕수궁에서 울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전시에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 행사의 일환이다.

베수비오는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전설적인 현악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1727년 제작한 바이올린이다. 진한 붉은색의 바니시(바이올린 칠)가 이탈리아 화산 베수비오와 비슷해, 같은 이름을 갖게 됐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경우 보관 상태, 음질 등에 따라 수백만 달러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다. 베수비오와 비슷한 시기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레이디 블런트(1721년 제작)는 2011년 1590만 달러(약 228억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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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수비오를 소유하고 있는 크레모나시 바이올린 박물관(Museo del Violino) 재단 이사장이자 크레모나 시장인 안드레아 비르질리오(52)도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30일 중앙일보와 만나 “베수비오는 스트라디바리가 예술적 완숙기에 제작한 작품”이며 “견고하면서도 우아한 형태에, 최상급 목재를 사용했고, 깊고 힘 있는 저음이 돋보이는 독보적인 음색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베수비오는 긴 역사만큼 많은 애호가·연주자의 손을 거쳤다. 1890년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총리를 세 차례 지낸 제임스 마틴 경의 소유였고, 1938년엔 스페인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안토니오 브로사에게 넘어갔다. 고향에 돌아온 건 2005년이다. 마지막 주인이었던 영국-이탈리아계 바이올리니스트 레모 라우리첼라가 2003년 사망하며 크레모나시에 기증하면서다. 영국 상속법에 따르면 외국 기관으로 자산을 기증할 경우 상속세를 먼저 납부해야 했는데, 당시 크레모나 시민 전체가 모금 운동을 벌여 8만2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이상의 상속세와 수속 비용을 충당했다.

이번 전시에선 베수비오뿐 아니라 한국 국가무형유산 악기장이 제작한 가야금,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이화문이 장식된 거문고 등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비르질리오 시장은 “베수비오를 비롯한 악기들은 역사가 더해진 값진 시간의 선물”이라며 “악기가 걸어온 길 위에 남겨진 위대한 흔적들 읽어달라”고 말했다.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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