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칼로리 낮춘 대체면맛과 식감도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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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밀가루 면을 대신할 면을 찾고 있다. 사진은 두유을 응고 압축해 만든 콩담백 두유면 사진 청정원
사람들이 대체 성분으로 출시하길 바라는 식품군 1위는 무엇일까?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만 20~59세 남녀 1000명에게 물어본 조사(대체식품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밥·면 등의 탄수화물 식품(59.1%)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육류(50.5%)지만 3위 빵·베이커리류 식품(50.1%)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고서에는 ‘먹어볼 의향이 높은 탄수화물 대체식품 Top 5’도 나와 있는데 1위가 두부면, 2위 귀리밥, 3위 쌀면이다. 톱3에 면이 두 개나 포함돼 있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주식 중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면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의 문정훈 교수는 지난 ‘2024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대체 소재 면(이하 ‘대체면’)의 트렌드를 설명하며 “건강관리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면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대체 소재 면류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기하기 어려운, 면의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일단 밥·빵과 비교한다면, 흡입할 때의 소리와 목 넘김이 다르다. 또 소재마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달라지는 식감도 즐거움 중 하나다. 즉, 면을 먹는 행위 자체가 대체 불가능한 즐거움인 셈이다.
밀가루 면과 유사한 식감·맛 내는 게 관건

왼쪽부터 두부면, 미역면, 메밀두유면, 파로면, 현미면, 두유면, 꼬단면, 어묵면
대체 불가능한 즐거움을 대체하려니 소비자는 대체면에서도 맛과 향, 식감에 예민하다. 제조사들이 원래의 밀가루 면과 유사한 식감을 내기 위해 소재와 원료의 비율, 면발의 굵기, 표면의 매끄러움 등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다. 가장 널리 알려진 대체면은 두부면과 콩면, 곤약면, 해조류면 등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4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면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구매 경험률이 가장 높은 대체면은 콩면·두부면(49.6%)이다. 그다음이 곤약면(35.4%), 해조류면(31.8%), 기타 곡물면(22.2%) 순이다.
국내에서 두부면을 먹기 시작한 건 2019~2020년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마라탕을 먹기 시작하며 두부면도 함께 받아들였다는 의견이 대세다. 두부면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조한 기업은 풀무원이다. 2020년 5월 출시한 ‘건강을 제면한 두부면’이다. 마라탕에 주로 넣어 먹던 넓적한 면으로, 천으로 된 면포를 깔고 두부를 얇게 올린 후 롤로 밀어내는 면포 압착 방식으로 만들어 표면이 까칠하다. 1세대 두부면의 전형적인 형태이기도 하다.

건강한 요리를 제안하는 윤지아 셰프가 풀무원 얇은 두부면을 가지고 만든 새우 명란 파스타. 두부면은 표면이 거칠어 유분감이 많은 소스류 음식에 잘 어울리는 면이다.사진 지글지글클럽
다음 해 4월 풀무원은 ‘두부면 KIT’를 출시했다. 매콤라구파스타 소스와 직화짜장 소스를 곁들인 제품이다. 확실히 넓적한 두부면은 유분감이 많은 파스타 소스나 짜장 소스와 잘 어울린다. 그런데 한계도 있다. 한식 육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2세대 두유면이 등장했다. 대상 청정원이 2021년 7월 선보인 ‘콩담백면’이다. 콩으로 두유를 만들고 응고해서 반죽으로 만든 다음, 제면기로 압출 성형한 면이다. 압출 성향은 점도가 낮은 메밀 반죽을 면으로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소면처럼 단면이 작고 동그란 면을 만들 수 있는데, 쉽지 않은 기술이라고 한다. 맛은 어떨까? 밀가루로 만든 소면과 가장 가까운 맛이라는 게 먹어본 사람들의 주된 평이다.
1세대와 2세대의 공통점은 콩을 소재로 한다는 점, 또 가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수분 함량이 많고 부드러운 형태의 면이다. 반면 해외의 대체면 시장은 파스타를 중심으로 발달했고, 건면이 많다. 파스타의 주재료는 듀럼밀인데, 역시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 이런 부분을 대체할 수 있도록 병아리콩·렌틸콩·쌀가루·메밀·귀리·현미·곤약·두부 등의 재료를 사용해 저탄수화물 대체면이 많이 출시된 상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파로면이 대표적이다.
서양에서 ‘파스타의 대체’가 중요하다면 국내에서 중요한 건 ‘소면의 대체’다. 또 코로나19를 겪으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단백질 열풍도 있다. 동시에 빠르게 소화돼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정제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는 추세다. 목적은 이런 식단 관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 그리고 외모 관리를 위한 체중 감량에 있다. 실제로 많은 대체면 제품들이 ‘고단백질’과 ‘저칼로리’를 강조한다.
2022년 12월 출시한 샘표의 ‘고단백면’은 1인분(100g)에 달걀 2개 분량의 단백질(16g)이 함유돼 있고 당류는 줄인 제품이다. 밀가루 함량을 낮추고 완두콩 가루를 섞어 만들었다. 올해 7월에 나온 풀무원의 ‘지구식단 고단백 오트면’도 고단백·고식이섬유 성분을 자랑한다. 밀가루를 줄이고 귀리를 갈아 넣은 면인데, 밀가루의 쫄깃한 식감은 살리면서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를 넣었다.
단백질을 강화한 제품 중에는 동물성 대체면도 있다. 문 교수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 기준에서는 식물성 단백질만으론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동물성 단백질을 쓰면 단위 그램당 단백질 함량 역시 높아진다. 기존 제품들이 식물성 대체면 위주라, 틈새시장으로 본다면 동물성 대체면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고단백질 닭가슴살면 선봬

고래사의 어묵면. 10년의 연구 끝에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어묵면을 만들었다.사진 고래사
대표적인 동물성 면 중에는 부산의 어묵 생산기업으로 유명한 ‘고래사’의 어묵면이 있다. 무엇보다 어묵면임에도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감자전분과 타피오카 전분을 사용했다. 단백질 함량은 7.2g으로 높다. 고단백이면서 글루텐프리 대체면인 셈이다. 또 튀기지 않고 스팀에 한 번 찐 덕분에 맛이 고소하고 담백해 한식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고래사는 특허까지 받은 이 어묵면을 개발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닭가슴살로 만든 대체면도 있다. 올해 6월 출시한 존쿡델리미트의 건강미식 브랜드 ‘JCDM’의 ‘꼬단면’이다. 모회사인 종합식품기업 에쓰푸드 R&D 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연구·개발한 제품으로, 역시 제조방법이 특허로 등록됐다. 닭가슴살 86%를 사용해 만드는 꼬단면 역시 밀가루를 쓰지 않으며, 열량은 90㎉다.
다음엔 어떤 소재가 등장할까? 문 교수는 ‘계란면’을 꼽았다. 동남아 국가에서는 계란으로 만든 면이나, 흰자로 만든 난백면을 이미 만들어 먹고 있다. 단점은 특유의 비린내다. 향이 강한 동남아 음식과는 어울리지만, 우리나라의 슴슴한 국물과는 잘 안 맞는다. 결국,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맛과 향, 식감을 살리는 것이 과제다. “원하는 영양을 충족하면서 맛과 향, 식감까지 살리는 게 쉬운 기술은 아니다”라고 문정훈 교수는 강조한다.
“대체면의 영양 성분은 탄수화물을 낮추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맛으로 본다면, 밀가루로 뽑은 면의 식감에 어떻게 가깝게 다가가느냐가 문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문제라 쉽지 않다.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면의 식감이 떨어지고, 밀가루 함량이 높을수록 맛은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란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소재를 활용한 대체면이 국내에도 곧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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