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 문주환(60)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9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던 60대 남성이 폐장과 인체 조직 기증으로 100여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31일 문주환(60)씨가 지난 8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폐장과 인체 조직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고인이 기증한 인체 조직은 환자 100여명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활용될 예정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즉시 이식해야 하는 장기와는 달리 인체 조직은 최장 5년까지 보관할 수 있고, 한 사람의 조직 기증으로 최대 100여 명이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고인은 지난 8월 9일 친구와 대화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인은 생전 아들과 함께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했고, 이를 증명하는 등록 카드를 늘 지갑에 지니고 다녔다. 가족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를 살리는 일을 하고 떠나길 원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기증에 동의했다.

고인의 주변인들은 그가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며 특히 좋은 아버지였다고 추억했다. 고인은 9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을 혼자 키우며 따뜻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아버지의 돌봄 덕에 컴퓨터 공학자를 꿈꾸던 아들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아들 동휘씨는 "아버지 갑작스럽게 떠나서 너무나 보고 싶어.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고 재미있게 잘 지내고, 조금만 기다려 줘. 다시 볼 순간을 기다릴게. 사랑해"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기증원 원장은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나눔을 결정해 주신 문주환님과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이 나누어주신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