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진핑 "다자무역체제 수호"…트럼프 없는 APEC서 美 때렸다 [경주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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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 연설에서 “(공급망)‘사슬을 끊기’보다 ‘확장하기’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에이펙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전날 한국을 떠난 가운데 시 주석은 “다자무역체제 수호”를 강조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2차 에이펙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세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놓아주기’보다는 ‘손 잡기’, ‘사슬 끊기’보다는 ‘사슬 확장하기’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사슬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산업망과 공급망의 “개방적 발전”을 위해 에이펙 회원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간 무역 체제 등을 기반으로 이해관계의 접점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중국은 대외 개방이라는 기본 국책을 시종일관 견지”해왔고 “개방형 세계 경제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 개방과 포용에 방점을 찍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트럼피즘의 결과로 블럭화가 심해진 데 대한 반론 격이기도 했다.
미국을 특정해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은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와는 정반대되는 맥락이었다. 다자 무역주의를 촉진하기 출범한 에이펙 정상회의의 성격을 반영하는 동시에 중국을 첨단 산업의 공급망 사슬에서 제외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펙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를 찾고도 정작 본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한국을 떴다. 미국의 공백을 파고들어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하는 자리로 삼으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심은 다자주의 경제와 포용성 등 미국이 추구하는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 이를 위한 국내 개혁을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에이펙은 다자무대이지만, 시 주석의 연설은 미·중 관계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8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연설보다는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당시 시 주석은 화상 연설에서 “일부 국가는 연달아 무역·관세전쟁을 벌여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타격하고,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거명하진 않으면서도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를 겨냥했다.
여기엔 30일 시 주석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회담한 점 등이 작용했을 수 있다. 양 정상은 회담 뒤 펜타닐 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 통제 등에서 일부 합의를 이뤄냈다. 브릭스와 달리 에이펙은 미국과 동맹·우방국이 회원이고, 정치적 메시지 발신은 지양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시 주석이 행사장에 도착하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따뜻하게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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