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족들도 캄보디아 지옥 생활…'수천만원' 주고 사설탐정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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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 '태자단지' 모습. 연합뉴스

해외 실종자는 소재 파악 비용만 보통 2000만원이 넘어요. 그런데도 가족을 놓을 수는 없는 거죠.

전직 경찰 출신의 8년차 사설탐정 배모(58)씨는 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등지에서 실종된 사람을 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배씨는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달라”는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현지로 향하기도 했다. 조사를 진행해보니 의뢰자의 아버지는 "골프 여행을 가자"는 한 여성의 말을 믿고 캄보디아로 갔다가 현지 포이펫(Poipet) 소재 범죄단지(웬치)에 감금돼 있었다. 배씨는 새벽을 틈타 의뢰인과 함께 건물 3층에 있던 그의 아버지를 구출해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실종자 수색은 탐정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의뢰로 꼽힌다고 한다. 현지 경찰이나 여행 가이드 등 인적 네트워크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배씨는 “현지 브로커나 가이드에게 적잖은 돈을 건네줘야 할 때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서 캄보디아로 탐정이 직접 가게 될 경우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최근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대상 실종·감금 피해가 잇따르면서 탐정업계는 지난해보다 의뢰 건수가 체감상 2~3배 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 피해자들의 의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사설탐정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진 배경엔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 현지의 치안 상황 등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경찰·외교부에 접수된 캄보디아 관련 실종 의심 신고 건수는 500건이 넘지만,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건 162건에 달한다. 24년 차 사설탐정 곽모씨는 “가족 중 한 명이 해외로 나갔다가 사라졌다며 의뢰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사기관보다 더 빠른 결과를 바라면서 탐정을 찾는 이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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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의 한국공인탐정협회(PIA) 간판. 사진 한국공인탐정협회

늘어나는 사설탐정…"공인탐정 제도 도입" 의견도 

수요가 늘면서 업계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공인탐정협회(PIA)에 따르면 이곳에서 자격을 취득한 사설탐정은 2020년 6042명에서 지난해 9827명으로, 4년 만에 약 63% 늘었다. 다른 탐정 관련 협회에서도 민간자격증을 발급하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만5000명이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탐정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다.

다만 탐정업을 내세우는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의뢰인의 절박함을 이용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배씨는 “실종자 가족들은 급한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는 ‘범죄조직에 돈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의뢰자에게 1억원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실제 구조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 인력 확충 등 행정력을 총동원해 불안을 해소하면서도 공인탐정 제도를 도입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단 의견이 나온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는 “자격시험이나 결격 사유 등을 규정한 공인탐정 제도가 도입돼야 윤리·자격·감독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일본 등 해외에선 이런 방식으로 제도권 밖의 탐정을 안으로 끌어들여 공권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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