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번 모내기로 두 번 수확"…전국 최초 벼 재배 기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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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충남에서 한 번 모내기로 쌀을 두 번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생육 기간이 짧은 품종을 활용한 방식인데 벼 재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입추였던 지난 8월 7일 충남 당진의 한 논에서 초조생종쌀 빠르미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농업기술원은 조생종 벼 품종 ‘빠르미’를 이용, 한 번 모내기로 두 번 수확하는 ‘움벼(라툰) 재배 기술’을 현장에서 실증(실제로 증명)했다고 3일 밝혔다. 빠르미는 충남도가 자체 개발한 초조생종 품종이다. 움벼 재배는 한 번 수확한 벼의 그루터기에서 새순을 키워 쌀이 영글면 수확하는 방식이다. 벼를 수확한 뒤 논을 갈아엎지 않고 물과 소량의 비료만을 공급해 다시 키우는 ‘저투입형’ 재배 기술이다.
5월 초 모내기…8월·10월 두 차례 수확
이 재배법은 동남아시아나 미국 남부 등 고온 지역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충남농업기술원은 생육 기간이 짧고 자생력이 강한 빠르미를 활용할 경우 국내에서도 움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 현장 재배를 시도했다. 대규모 움벼 재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실증은 홍성군 서부면(3만㎡)과 당진시 송악면(4만5000㎡) 두 곳에서 진행했다. 5월 초 모내기를 한 뒤 80여일 만인 8월 초 벼를 1차 수확했고 이후 밑동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재생시켜 지난달 말 2차 수확에 성공했다.
현장에서 움벼 재배를 실증한 결과 1차에서 10a당 450㎏을 수확했고 움벼 재배(2차)를 통해서는 1차 대비 20% 수준인 10a당 90㎏가량을 거둬들였다. 1~2차 수확량을 합하면 10a당 540㎏ 안팎으로 일반 벼 수확량(10a당 527㎏)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입추였던 지난 8월 7일 충남 당진의 한 논에서 초조생종쌀 빠르미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하지만 1차로 수확한 빠르미 벼의 경우 8월 초 프리미엄 햅쌀로 시중에서 높은 가격(일반 벼 대비 15~20%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1차에 고가에 판매한 뒤 2차 수확으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농가 소득이 20~30%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온·병충해 강해…기후위기 대응 재배기술
빠르미를 개발한 충남농업기술원 윤여태 박사(쌀연구팀장)는 “움벼 재배는 벼를 1차 수확한 뒤 육묘나 이앙 등 추가 농작업이 필요 없다”며 “물을 채우고 약간의 비료만 살포하면 되기 때문에 노동력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움벼 재배가 고온 피해를 입지 않아 쌀의 품질이 우수한 데다 벼멸구나 도열병 등 병충해 피해도 작은 것으로 분석했다.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배기술로 평가했다.
시설하우스 휴경 기간을 이용해 빠르미를 재배할 경우 무더위가 한창인 7~8월 짧은 기간에 쌀을 수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앙 시기를 조절하면 가뭄 등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고 여름철 풍수해를 입었다면 대체 투입도 가능하다.

지난 7월 25일 충남 보령의 한 논에서 초조생종쌀 빠르미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농업기술원 김학헌 연구개발국장은 “이기작(벼+벼)과 이모작(벼+잡곡·채소), 시설하우스 삼모작(채소+벼+채소) 개발에 이어 빠르미를 활용한 4종 세트를 완성했다”며 “수량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는 표준 재배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충남농업기술원 "수량·품질 높일 수 있는 모델"
충남도가 자체 개발한 빠르미는 대한민국 농업역사를 새로 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빠르미는 충남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 벼를 교배해 개발한 품종이다. 이앙부터 수확까지의 기간이 80일 정도로 짧다. 충남의 대표 쌀 품종인 삼광벼가 130일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50일이나 앞당길 수 있다.
재배 기간이 짧기 때문에 농자재와 인건비 절감, 물 사용량 절감(30%), 비료 사용량 절감(10%) 등의 장점도 거둘 수 있다. 물과 비료 사용량이 줄어들면 지구 온난화 원인의 30%를 차지하는 에탄올 가스 발생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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