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장님 지시로 11월 꽃밭 조성"…전주시 공무원 "80년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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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지역본부 전주시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이날 전주시가 '시장님 특별 지시 사항'이라며 일선 주민센터를 포함한 시 모든 부서에 11월까지 전주천·삼천 주변에 꽃을 심으라는 공문을 보내자 반발하는 내용이다. 사진 해당 홈페이지 캡처
전주시, 35개 동 포함 전 부서에 공문
전북 전주시가 ‘시장님 특별 지시 사항’이라며 일선 주민센터를 포함한 시 모든 부서에 사실상 주민 등을 동원해 11월까지 하천 주변에 꽃을 심으라고 하자 공무원과 환경단체가 “80년대 상명하복식 구태 행정”이라고 발끈했다.
3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전주시는 지난달 14일 총무과·보건행정과 등 시 전 부서와 35개 동 전체 주민센터에 ‘전주천·삼천 하천 정비 협조 체계 구축 및 주민센터 담당 구간 하천 꽃 식재 계획 제출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인해 도심 하천에 쓰레기·부유물이 발생할 때 신속히 정비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우범기 전주시장이 전날(10월 13일) 간부회의에서 한 ‘특별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전주시가 지난 14일 '시장님 특별 지시 사항'이라며 일선 주민센터를 포함한 시 모든 부서에 보낸 공문. 11월까지 전주천·삼천 주변에 꽃을 심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예산 지원 불가능” “자생단체 참여 권장”
각 부서와 동별로 10~11월 개화를 목표로 식재 계획을 세워 10월 16일까지 제출하고, 이에 따라 각 동장 책임하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꽃을 심어 달라는 게 핵심이다. 해당 공문엔 우 시장이 11월 중 현장을 방문해 평가한 뒤 우수 주민센터는 포상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전주시는 예산 지원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파종(씨 뿌리기) 불가”라고 못 박았다. ‘가을꽃 식재 및 꽃 식재 안내 팻말 설치’ 관련 예시도 제시했다. 동별로 ▶150㎡(최소 100㎡ 이상) 면적에 ▶국화·청화쑥부쟁이·추명국·아스타·코스모스·천일홍·샤프란·벌개미취 등 11월 개화가 가능한 꽃을 ▶네모·삼각형·하트 등 다양한 모양으로 ▶하천 쪽 말고 산책로·운동시설·편의시설 인근에 심고 ▶동별 자생단체 참여를 권장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지역본부 전주시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엔 “동마다 정해진 하천 구역에 꽃을 심으라고 하면서 예산 지원도 안 해주면 꽃은 무슨 돈으로 살까요? 동에서는 지금 예산 여유가 없어서 화장지도 못 사고 있는데요” “자생단체 분들도 납득이 돼야 동원이 가능하지” “어찌어찌해서 심는다고 해도 서리 맞아 바로 죽을 듯” “80년대 행정도 이렇게는 안 할 것 같다” 등 불만이 쏟아졌다. 한 직원은 댓글로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버려질 것 같다”며 “시키면 하는 게 공무원이니까 비판 없이 그냥 해야 하는 거냐”고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발효식품 엑스포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피던 꽃도 지는데”…시 “자율적으로 심을 방침”
전북환경운동연합도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11월은 서리가 내리고 찬 바람이 불고 피던 꽃도 지는 계절”이라며 “겨울이 코앞인 계절에 꽃을 심는 것은 식물의 생육 주기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꽃밭 조성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수변 공간의 생태적 가치와 기능을 간과한 채 단편적인 ‘볼거리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꽃밭 조성은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이자 잘못된 하천 정책”이라며 “물억새·갈대·수크령 등 자연 하천에 맞는 수변 식생을 복원하고, 고유한 경관과 생물 서식지, 생태 환경을 고려한 하천 관리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전주시는 “시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시장의 직접적인 지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천변에 억새·갈대 등만 있어 경관이 좋지 않다는 시민 민원으로 가을꽃 식재를 추진한 것”이라며 “자율적으로 심을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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