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군사작전 엄포에 “환영” 밝힌 나이지리아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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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독교 박해를 명분으로 나이지리아에 군사작전을 시사하자, 나이지리아 정부가 ‘환영’ 의사를 밝혔다. 지방에 중앙정부 통제가 못 미치는 나이지리아 행정력을 고려해 차라리 미국의 개입을 환영한 것이다.

나이지리아 아고스 거리에서 한 상인이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나이지리아 관련 발언이 실린 신문을 팔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지난달 31일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등과 함께 나이지리아를 ‘특별 우려 국가’로 지정했다. 특별 우려 국가로 지정되면 개발원조 중단·축소, 수출허가 제한 등 각종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학살을 계속 허용한다면, 미국은 모든 원조와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 망신스러운 나라에 ‘총을 쏘며(guns-a-blazing)’ 진입해 만행을 저지르는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인 학살을 지정사유로 삼은 것이다.
서방 언론들은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학살 주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일제히 비난했다. AP는 “나이지리아 분쟁에선 기독교도와 무슬림 모두 희생되고 있다”며 “종교가 아닌, 주로 거주 지역에 따라 희생자들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나이지리아 동북부에선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 반군이, 서북 지역에선 산악 지대를 기반으로 한 조직폭력배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이들은 종교와 별다른 관련 없이 약탈을 일삼는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내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비율은 거의 반반씩으로 인구 구성비 측면에서 비슷하다. 말리크 새뮤얼 굿거버넌스아프리카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현재의 치안 불안 때문에 기독교인과 무슬림 모두 희생되고 있다”며 “기독교인을 궁극적으로 겨냥한 조직적인 학살은 없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중부에서 기독교도인 농민과 무슬림 유목민 간 갈등이 벌어지긴 했으나, 자원 분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쟁 지역을 연구하는 미국 소재 비영리기관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올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민간인 공격 1923건 중 기독교가 종교적 표적이 된 사례는 50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테러를 급진주의 이슬람 세력에 의한 기독교인 탄압으로 묘사하는 건 미국 내 우파 정치세력의 언어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계’인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나이지리아 종교 자유 책임법’을 발의했다. 크루즈 의원은 당시 “나이지리아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보호하려면 이슬람 세력의 폭력을 방조하는 나이지리아 관계자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국적 합동임무군(MNJTF) 소속 나이지리아 군인들이 지난 7월 나이지리아 보르노주 한 기지에서 구보하고 있다. 이들이 주둔한 지역은 올해 들어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의 타깃이 됐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나이지리아 측은 처음엔 반발 기류가 거셌다. 나이지리아 언론 가디언 나이지리아에 따르면, 이슬람 성직자 셰이크 아흐마드 구미는 “미 대사를 초치하고 단교도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볼라 아메드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 역시 “나이지리아를 종교적으로 편협한 국가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2일부터는 돌연 입장이 바뀌었다고 한다. 티누부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의 영토 보전을 인정하는 한 지원을 환영한다”며 “테러에 맞서 싸우겠다는 공동의 의지에 따라 더 나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투쿠르 부라타이 전 나이지리아 육군참모총장 역시 나이지리아 매체 뱅가드에 “미국이 위협 대신 정보 공유, 대테러 지원, 경제적 파트너십 등을 앞세워 전략적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나이지리아 국민 사이에선 미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뱅가드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단체 오순절연맹(PFN)은 “신이 트럼프를 통해 나이지리아 분쟁에 경종을 울렸다”고 정부의 적극적 대테러 대응을 촉구했다.
나이지라아 수도 아부자의 20대 청년 역시 “트럼프의 발표를 보고 설렜다”며 “미국의 개입이 지방 공동체를 휩쓰는 폭력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WP에 말했다. WP는 또 아타 바르킨도 나이지리아의 정책연구기관 쿠카센터 상임이사를 인용해 “이 테러 활동을 어떻게 꺾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15년 동안 테러 단체들이 횡행한 걸 우리는 그저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더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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