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마존과 손 잡은 글로벌 제약사…"5년 내 AI 신약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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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안에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출시될 겁니다.”

화이자·AWS가 주목한 이스라엘 스타트업#방한한 아이온랩스 마티 길 CEO 인터뷰

이스라엘의 벤처 스튜디오 아이온랩스(AION LABS)의 최고경영자(CEO) 마티 길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와 만나 “‘AI 신약’은 안전성은 높이고 소비자의 약값 부담은 낮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 개최한 ‘글로벌 초격차 테크 컨퍼런스’의 연사로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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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벤처 스튜디오 아이온랩스(AION LABS)의 최고경영자(CEO) 마티 길이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2021년 설립된 아이온랩스는 AI 기술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는 민·관 협력체다. 이스라엘 혁신청과 미국 화이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이스라엘 테바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 그리고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함께 신약 관련 AI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자금·기술 등을 지원한다.

길 CEO는 이스라엘방위군(IDF)에서 6년 복무한 예비역 장교 출신으로 제약사 테바에서 10년 이상 일했다. 그는 아이온랩스에 대해 “최첨단 AI 기술로 신약을 빠르게 내놔 전 세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결성한 세계 최초의 협력체”고 말했다.

보통 신약 개발부터 보건 당국의 승인까지는 보통 10년 이상, 약 20억 달러(약 2조8500억원)가 투자된다. 그렇게 투자해도 성공 확률은 10% 미만이다. 이 같은 고위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AI에 주목하고 있다. AI로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안전성을 예측하며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물질은 약 60개다.

길 CEO는 “신약 개발에 AI를 접목하는 범위엔 제한이 없지만, 인체 관련 제약 산업은 AI 도입에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수년간 ‘AI 신약’ 개발을 위해 뿌린 씨가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며 “5년 안에 ‘AI 신약’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며 그 1호가 아이온랩스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아이온랩스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9곳 중 한 곳인 데노바이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체의 설계도(단백질 서열)를 AI 기술로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이 기술을 활용해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 4곳과 신약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길 CEO는 “전통적인 방식으론 2~3년 걸리는 항체 발견이 AI 기술을 활용하면 2~3주 만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온랩스의 지원을 받는 또 다른 스타트업인 캐시디 바이오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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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사무실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미 FDA는 일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AI 실험으로의 대체하는 걸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의약품 실험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길 CEO는 “향후 10~20년 안에 동물실험이 사라지고, 임상시험에서 위약을 투약하는 대조군도 불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기술로 ‘가상의 인간’을 만들어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 등을 실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온랩스가 있는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천국’이다. 인구 약 950만 명인 이스라엘엔 7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있다. 인구 1360명당 1개꼴이다. 길 CEO는 그 비결로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도전정신과 잠재력이 풍부한 스타트업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집중 육성”을 꼽았다. 길 CEO는 “아이온랩스는 한국의 원료의약품 제조기업 동방에프티엘(FTL)과도 AI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한국 제약 업계와의 활발한 교류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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