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10년 허송세월’…텅빈 주차장 잡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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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이 무산돼 텅 빈 주차장과 잡풀만 남았다. 김윤호 기자

지난달 27일 울산시 울주군 삼남읍 KTX 울산역. 대합실을 나와 역 맞은편 도로를 건너면 600대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입구는 노랗고 붉은 ‘출입금지’ 테이프로 사방이 막혀 있다. 먼지가 쌓인 바닥 위에는 차량의 자국도 사람의 발길도 없다. 주차장 옆을 돌아 나가다 보면 높이 3m쯤 되는 회색 가림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철제 구조물 위로 덧댄 녹색 그물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 아래로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틈새로 들여다본 가림막 안쪽엔 움푹 팬 흙바닥과 잡초들, 방치 공사 자재만 남았다.

10년 넘게 울산의 기대를 모았던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이 무산됐다. 대기업이 참여한 2800억원대 민자 사업이었지만, 남은 것은 텅 빈 주차장과 철제 가림막뿐이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15년(1차 완공 목표 2018년) 롯데쇼핑·울산시·울산도시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이 함께 추진한 민관합작 프로젝트다. 롯데가 전액 출자한 사업비 2800여억원을 들여 7만5000여㎡부지에 서울역 앞처럼 역 앞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복합환승센터와 쇼핑몰을 짓는 계획이었다.

시행은 롯데쇼핑의 계열사인 롯데울산개발이 맡았다. 당시 울산시는 2400여개의 일자리와 수천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설계, 분양방식 변경 등이 이어지며 사업 공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사는 이 과정에서 멈췄고, 현장은 수년째 방치됐다.

결국 롯데 측은 최근(10월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KTX 울산역 앞 사업 부지와 시설 일체를 울산도시공사에 561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확대와 오프라인 상권 침체 등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결과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성을 고려해서 다 지어놓은 주차장을 별도 비용청구 없이 기부채납하는 것이고, 사업 부지도 10년 전 가격 그대로 매각한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지역 여론은 냉랭하다. 울주군민 김모(52) 씨는 “KTX울산역이 처음 생겼을 땐 이 일대가 제2의 도심이 될 거라 기대했는데, 지금은 잡초만 자라고 있다”며 “대기업이 손을 뗀 이유가 경제 논리라면 결국 지역만 피해를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남구에서 식당을 하는 김문자(79) 씨는 “롯데에 대해 울산시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삼남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관계자는 “10년간 지역 발전을 묶어둔 대가에 대해 주민단체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서범수 국회의원(울산 울주)과 이순걸 울주군수, 울산지역 시·군의원들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년간 울산시민을 기만한 롯데는 공식 사과하고, 투자자와 지역 상권 피해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시는 후속 대책에 착수했다. 시 관계자는 “롯데로부터 토지 매입 절차를 마무리한 뒤 공공주도로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이어갈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롯데 측의 사업 지연 및 포기에 따른 페널티 부과 등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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