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라늄 안쓴다, 중국 사막 위 토륨 원자로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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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에 2020년 착공한 TMSR.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바다 없는 간쑤(甘肅)성 고비사막에 건설한 토륨 용융염(鎔融鹽) 원자로에서 세계 최초로 토륨을 우라늄 핵연료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이 실험한 원자로는 토륨을 ‘고온 액체 상태인 소금’(용융염)과 함께 원자로에 주입해 핵분열을 일으켜 발전을 하는 원자력 시스템이다. 용융염이 냉각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바다 곁에 원자로를 짓지 않아도 된다. 서방에서는 기술적 한계에 부닥쳐 포기한 최신 원자로 시스템 개발에 중국이 성공한 것이다.
중국과학원(CAS)은 지난 1일 고비사막의 토륨 용융염 실험로(TMSR, Thorium Molten Salt Reactor)에서 토륨을 용융염 원자로에 주입해 세계 최초로 실험 데이터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관영 신화사는 “우라늄 광석 대신 토륨을 연료로 사용하는 세계 유일의 가동형 용융염 원자로”라고 보도했다.

중국 연구원들이 실험용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에서 샘플 추출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토륨(원소기호 Th)은 방사능이 낮은 은색 금속으로 자연 상태에서는 암석 안에 존재한다. 중국의 토륨 광물 매장량은 28만6000톤으로 인도 34만 톤에 이어 세계 2위다. 10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TMSR의 주요 원료. 왼쪽부터 고순도 사불화 우라늄, 토륨 연료염, 저온 용해 질산염. [신화=연합뉴스]
토륨 자체는 핵분열을 일으킬 수 없지만, 토륨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성 우라늄-233으로 변환시키는 게 토륨 용융염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다. 내륙에도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고, 우라늄 원자로보다 더 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방사성 폐기물 역시 적고 안전성도 더 높다고 한다. 이 때문에 4세대 첨단 원자력 시스템으로 꼽힌다.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는 여러 기술적 난관이 존재한다. 토륨을 우라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섬세한 제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5년 테네시주 국가실험실에 용융염 실험로를 건설하고서도 기술적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연구를 포기했다. 반면에 중국은 2011년 ‘미래 첨단 핵분열 에너지’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100여 개 연구소·대학·산업체를 참여시켜 핵심 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TMSR 가동 상태를 점검하는 제어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성공으로 원자력발전의 환경 자체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존의 원자력발전소는 냉각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물이 필요해 물이 풍부한 바닷가에 원전을 건설한다. 물이 고갈되면 원자로 노심이 과열돼 녹아내릴 수 있다.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 한 전문가는 신화사에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고온의 액체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므로 거대한 압력 용기나 냉각을 위한 다량의 물이 필요 없다”며 “핵연료를 ‘고온의 소금’에 넣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리칭위안(李晴暖)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 부소장 역시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원자로를 멈추지 않고도 연료를 재장전할 수 있어 연료 활용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방사성 핵폐기물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원자로를 지하에 건설하고 완벽한 차폐 시스템을 갖출 수 있고, 일반 대기압 상태에서 작동해 폭발 위험이 없다”고 과기일보에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실험 원자로→연구 원자로→시범 원자로의 3단계 전략을 통해 기술 완성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성공한 원자로는 실험적 성격 때문에 용량이 2㎿(메가와트)에 불과하지만, 다음엔 2035년까지 100㎿급 시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벌써부터 중국이 산업·군사적 전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중국의 국영 선박업체 장난(江南) 조선소는 2023년 세계 최초로 핵동력 컨테이너선 설계를 발표하며 용융염 원자로를 채용했다. 용융염 원자로를 핵추진 항공모함에 채택할 계획이라는 보도 역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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