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일본의 또다른 야구만화, 투혼의 야마모토

본문

bte0a52629b82fe57c872259d147a082d4.jpg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MVP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야마모토. [AFP=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2연패로 2025년 메이저리그(MLB)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열전의 기억은 식어가도 혼신의 역투로 다저스를 우승시킨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야마모토는 최종 7차전까지 간 올해 WS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원정에서만 3승을 거두는 ‘원맨쇼’를 펼쳤다. 2, 6차전에 선발 등판해 연거푸 승리를 따냈고, 6차전 다음날 열린 7차전에서는 9회 1사 후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1회까지 2와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다저스의 4승 중 3승을 자신의 어깨로 만들어낸 야마모토는 WS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단일 시즌 WS 3승은 지난 2001년 랜디 존슨(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이후 24년 만에 다시 나온 대기록이다.

다저스는 지난 2023년 겨울 총액 기준 투수 역대 최고액인 3억2500만 달러(4649억원)를 들여 야마모토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이 무려 12년이었다. 당시엔 “도박에 가까운 계약”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다저스 2년 차인 올해 팀의 WS 2연패를 완성하며 우려의 시선을 싹 지웠다. 6차전에서 96구를 던진 바로 다음 날, 거짓말처럼 마운드에 다시 올라 34개의 공을 던진 야마모토의 투혼에 팬들은 진한 감동을 경험했다.

야마모토는 WS 우승 직후 NHK 인터뷰에서 “미국에 건너온 뒤로 야구를 제대로 즐긴 적이 없다”며 “내 가치와 몸값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머릿속을 짓눌렀다”고 고백했다. 이어 “(WS 7차전에서) 불펜에 있는 것만으로 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마운드에 올라와 있었다”며 “마지막에 무슨 공을 던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투구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했다.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야먀모토는 “패배하면 모든 걸 잃는 벼랑 끝이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야구를 처음 시작하던 ‘야구 소년 야마모토’를 다시 만났다”며 “메이저리그는커녕 일본 프로야구도 감히 바라볼 수 없던 그 소년이 내게 ‘영웅? 구세주? 그딴 생각 다 집어치우고 그냥 던져’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일본 오카야마현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질 때마다 분을 참지 못하고 울어 ‘울보’로 통했다. 하지만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집념으로 자기 계발에 매달렸고,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키 1m78㎝)에도 최고 시속 159.3㎞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성장했다.

이번 WS에서 불거진 혹사 논란에 대해 야마모토는 “선수 커리어를 마쳤을 때 이번 WS가 어떤 평가로 남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중요한 건 ‘내가 위기에 처한 팀을 위해 공을 던졌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야구를 향한 내 마음은 언제나 혹사 중이다. 팀이 벼랑 끝에 몰렸는데 ‘팔이 아파서’ 따위 이유로 외면하는 선수로 남을 순 없었다”고 털어놨다. 야마모토를 향해 팀 동료 오타니 쇼헤이(31)는 “비로소 세계 제일의 투수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게 됐다”고,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엄청난 활약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38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