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2분 연설서 AI 28번 언급한 李 “내년 AI 100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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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었다. 약 22분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AI를 총 28번 언급하며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시정연설을 한 이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AI)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에 담긴 AI 관련 예산은 총 10조 1000억원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관련 예산(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 대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지겠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고 지적했다.

박경민 기자
이 대통령은 보수·진보 진영의 전직 대통령을 두루 언급하며 AI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서 도약과 성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경제 정책에서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제 정책이 이념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시정연설문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피지컬 AI’의 등장이다. 피지컬 AI는 로봇 등에 탑재돼 실제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해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이 대통령이 이 개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피지컬 AI 지역 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처음 밝혔다. 정부는 향후 5년간 피지컬 AI에 약 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을 방문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1일 이 대통령을 만나 “(한국은) 산업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글로벌 리더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한국과 협력 의지를 밝혔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대통령은 AI 기술을 방위산업에 활용해 재래식 무기 체계를 최첨단 무기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런 전환을 통해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국이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4 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쓰고 있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AI 대전환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올 1분기 마이너스까지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1.2%로 반등하고, 코스피 지수가 4000을 돌파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 경제가 “위급상황을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하긴 했다. 그러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AI를 생존을 위한 돌파구로 설정하고,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AI·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내년 R&D 투자 예산을 역대 최대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19.3% 늘린 규모다.
이 대통령은 AI 외에 예산을 통한 계층·지역 간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 의지도 밝혔다.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면서 생계급여 지원, 장애인 일자리 확충 등을 약속했다. 또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 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다”는 점도 전했다.

시위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 지나는 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침묵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영장청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서 침묵시위를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되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비어있는 야당 의원석을 보면서다. 국민의힘은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연설이 있던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연설 단상에 오를 때 빈 국민의힘 자리를 보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하기도 했다.
한편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과 핵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논의 등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했다.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한·중 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PEC 성공을 위해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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