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정부 36일째 셧다운 사상 최장…"다음주면 16조원 국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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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의 교통안전청(TSA) 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11월 5일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의 35일 기록을 넘어섰다. 행정부는 휴가철 항공 대란과 복지 수당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 일부가 중단되는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 사태가 5일(현지시간)로 36일째에 접어들며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셧다운은 지난달 1일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민주 양당의 대립으로 임시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시작됐다. 종전 최장 기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이어진 35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첫해 다시 한번 셧다운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양당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연방 상원은 셧다운 35일째인 지난 4일 공화당이 발의한 14번째 임시예산안을 찬성 54대 반대 44로 부결시켰다. 법안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에 공화당이 동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공화당과 백악관은 “일단 정부를 정상 가동한 뒤 논의하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연장되지 않으면 미국 국민의 평균 의료비 부담이 114% 증가하고, 400만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잃게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은 “민주당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성실한 미국인들의 고통보다 급진 좌파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맞섰다.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넬슨필드에 마련된 중앙텍사스식품은행 배급소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배급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끝내기 위해 ‘핵옵션(nuclear option)’을 발동하라고 촉구했다. ‘핵옵션’은 상원 규칙을 바꿔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찬성표를 60표에서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절차다. 이 조치는 상원의 오랜 초당적 협의 전통을 무너뜨릴 수 있어, 그 파급력이 핵폭탄에 비유될 만큼 크다는 뜻에서 ‘핵옵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셧다운 장기화의 여파는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항공관제사 1만3000명이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결근과 병가가 잇따르면서 항공편 지연과 결항이 속출하고 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기준 미국 내외 항공편 4295편이 지연되고 557편이 취소됐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관제 인력 부족이 심화될 경우 일부 공역을 일시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거리에서 시민들이 무료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미 상원은 이날 임시 예산안을 또다시 부결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이 2018~2019년의 35일 기록을 넘어 미국 역사상 최장기 사태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화=연합뉴스
사회복지 프로그램들도 위기다. 저소득층 4200만 명에 식비를 지원하는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의 자금이 고갈 직전이며, 법원은 정부에 비상기금 활용을 명령했지만 잔여 재원은 11월 운영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저소득층 아동 대상 교육프로그램 ‘헤드스타트(Head Start)’ 시설도 예산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셧다운이 일주일 더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에 110억 달러(약 1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을 자주 비우며 실질적인 협상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 피해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4일 실시된 뉴욕시장 및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승하면서 셧다운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양당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대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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