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맘다니 당선에 부자들 벌써 뉴욕 엑소더스…월가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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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란 맘다니(34)가 당선되며 부유층과 기업들의 ‘뉴욕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의 금융 기업들은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맘다니의 경쟁자였던 앤드루 쿠오모 등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독려하고, 수백만 달러를 쏟았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유명 해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은 맘다니를 저지하기 위해 200만 달러(한화 약 29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크먼은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맘다니에 축하 인사를 건네며 바로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격한 반응도 나왔다. 퀀트 투자자 클리프 애드니스는 엑스(X)에 영화 ‘혹성탈출’ 중 자유의 여신상이 산산이 조각난 장면을 게시했고, 암호화폐 투자자 앤서니 폼플리아노는 “사회주의자가 세계 금융 수도의 시장으로 선출된 건 미친 짓이다”고 했다.

WSJ은 “뉴욕 금융계 고위 인사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이제 결과를 받아들이고 맘다니와 협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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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금융가 월스트리트.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불만을 가진 서민층을 겨냥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PC주의(정치적 올바름)를 강조하다가 지난 대선에 참패한 뒤로 정책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가령 버지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애비게일 스팬버거는 “살만한 버지니아”를 내걸고 약값 중간마진 규제 등을 내세웠다. 맘다니는 5세 무상보육, 무료 시내버스, 임대로 동결 등을 뉴욕시장 공약으로 내세웠다.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민주당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고율 관세에 따른 물가상승, 공무원 대량해고 등으로 먹고 살기가 팍팍해진 서민생활을 파고들었다. WSJ은 “전국의 민주당 후보들이 ‘경제적으로 살만한지(affordability)’를 핵심 정치 테마로 내세웠다”며 “이 문제로 선거에서 승리하고 보수 진영과의 격차를 해소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경제’의 수혜자들은 또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부동산 중개인들이다. 이들 중개인들은 뉴욕의 부자들이 맘다니를 피해 이사 올 거라며 기대에 부풀어있다. 플로리다의 부동산 개발회사 BH그룹은 “지난 4개월 동안 뉴욕 주민들과 1억 달러(약 1445억원)가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 규모다. 아이작 톨레다노 BH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고소득층은) 맘다니의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안전한 플로리다의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CBS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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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금융가 '얄스트리트(Y'all street)' 전경. 사진 텍사스캐피털뱅크 홈페이지 캡처

뉴욕포스트는 또 텍사스주가 뉴욕을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고 조명했다. 뉴욕의 법인세 인상과 치안 문제를 피해 텍사스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댈러스에 7만8000㎡ 규모의 캠퍼스를 짓고 있다. 2028년 문을 열고 직원 5000명 이상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영입하고 사업 확장을 꾀하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미 텍사스에 3만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다. 이는 뉴욕의 2만 4000명보다 많은 수치다.

댈러스에 금융 기업들이 모여들며 ‘열스트리트(Y'all street)’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텍사스 사투리 인사말인 ‘하우디 열?’에서 따온 말로 월스트리트의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텍사스는 기업들에 세금 혜택과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며 노를 젓는 중이다. 뉴욕포스트는 “댈러스는 금융 부문에서 38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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