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정폭력 악몽에 남편 살해 결심…두 여자의 절박한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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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고 남편을 죽이기로 한 여자가 있다. 가정폭력이 나쁜가, 살인이 나쁜가. 남편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당신이 죽였다’ 1~4화 리뷰 포함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이같은 질문을 던진다.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인물의 내면을 탐색하게 한다. 폭력의 굴레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망가지거나 각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언론에 공개한 1~4화에서는 남편 노진표(장승조)에 의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 조희수(이유미)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맞는 어머니를 지켜 봤기에 비슷한 고통을 이해하는 친구 조은수(전소니)는 진표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은수와 희수의 선택은 파멸로 향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해방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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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7일 8부작을 전체 공개한다. 사진 넷플릭스

작품은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국 사회의 맥락에 맞게 각색된 범죄 스릴러다. 죽거나, 혹은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 놓인 두 여자 은수와 희수가 이야기를 이끈다. 이들이 살인을 공모하는 순간, 시청자는 도덕적 옳고 그름보다 ‘이 상황에서 나였다면’이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원작에서 대학 동창으로 등장하던 나오미와 가나코는 이 드라마에서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친구 관계로 설정된다. 또 언니가 있는 나오미 대신, 은수는 남동생을 둔 장녀로 등장해 가족 내 책임과 희생의 무게를 지닌다. 흥신소를 찾아가 오빠 진표의 실종사건을 추적했던 여동생은 드라마에선 형사(이호정)로 나온다. 원작보다 더 집요하게 진표 주변을 파헤치며 희수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은수의 시점과 희수의 시점을 각각 보여주는 연출은 소설의 형식과 비슷하다.

전소니와 이유미는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은 뒤틀린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유미가 연기한 희수는 명문가 출신 남편 진표의 폭력에 시달리는 인물로, 사회적 체면 뒤에 숨은 가정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진표가 없을 땐 술에 의존하는 비관적 삶을 살다가 그가 퇴근 후 돌아오면 “잘못했어요”, “죄송해요”를 입에 달고 사는 가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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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승조는 '당신이 죽였다'에서 폭력 남편 노진표와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장강 1인 2역에 나섰다. 사진 넷플릭스

조은수는 진소백(이무생)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중국인들과 사업을 하며 상식 밖의 행동을 하지만, 속은 따뜻한 인물로 설정된 소백은 은수의 조력자이자 또 다른 회색지대의 인물이다. 은수와 희수의 범행이 들킬 위기에 처하는 후반부에서 더욱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승조는 폭력 남편 진표와 소백 밑에서 일하는 장강 1인 2역에 나섰다. 은수와 희수는 진표와 얼굴이 닮은 장강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진표를 죽이기로 한다. 5일 제작발표회에서 장승조는 “헤어, 목소리, 웃음소리 등 외적으로 차이를 많이 주려고 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소개했다. 이어 “각 회차마다 엔딩이 인상적이다. 다음 회차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고 시청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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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를 돕는 진소백 역에는 이무생이 캐스팅됐다. 사진 넷플릭스

이정림 감독은 “소설 속 여자들의 삶에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여러 감정을 느꼈다”며 영상화 제안을 받고 선뜻 응했다고 했다. 주인공 이름을 내세운 원작과는 다른 결의 제목을 정한 것에 대해선 “당신을 죽인 사람, 방관하는 누군가, 지켜보는 우리들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8부까지 다 보고 이 제목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의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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