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공적 은퇴? 동창 만나지 마" 20년차 혼자놀기 달인 조언

본문

한 대학의 동창 모임 행사장. 은퇴한 대학 동기들이 모여 회포도 풀고 은퇴 후 삶에 대한 정보도 나누는 자리였다. 동창들 간에 유달리 끈끈한 유대감이 인상적이었다.

화기애애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강연자로 초청받은 백만기(73) 위례인생학교 교장의 이 말에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는 의미의 신조어)가 됐다.

정말 분위기가 좋군요. 이런 좋은 친구과 함께라니, 참 부럽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앞으로 동창끼리 너무 자주 만나지 마세요.  

백 교장은 말을 이었다.

동창, 참 좋지요. 하지만 동창들끼리 나눌 수 있는 얘기는 ‘옛날의 금잔디’ 같은 과거에 대한 화제뿐이잖아요. 지금은 인생 2막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가치관을 정립할 때입니다. 동창은 가끔만 만나고, 이제부터는 ‘은퇴 후 친구’를 새로 사귀세요.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건 더 좋고요.

bt3ae601464b9473cbcefd3970ddc5d52f.jpg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이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 위례인생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는 “퇴직 후에 과거의 인연에 연연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과거 인연’이 바로 직장 동료, 학교 동창이다. 퇴직 후 갑자기 사라진 소속감, 사회로부터 소외된 듯한 허무함을 메꾸기 위해 과거의 인연에 집착하다보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내 앞에 새롭게 펼쳐진 자유를 바라보고 성공적인 은퇴 생활에 대한 새로운 계획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백 교장의 설명이다.

백 교장은 국내 조기 은퇴의 선구자 격이다. 조기 은퇴 개념이 희박하던 2003년 51세 나이로 금융회사에서 자발적 은퇴를 했다. 조기 은퇴를 40세 때 결심하고, 10년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사직서 제출 디데이를 며칠 앞두고 이미 은퇴한 한 선배를 찾아 “은퇴 후에 어떤 원칙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까”라며 조언을 구했다. 백 교장의 질문에 그 선배는 자세를 바로잡고 재킷 단추까지 여기며 진지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가급적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난 그렇게 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가 된다네.

선배의 조언에 백 교장은 무릎을 탁 쳤다. 그 역시 은퇴 후엔 혼자 지내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꾸 “은퇴자에겐 인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하니 혼란스러웠는데, 선배의 말에 확신을 얻었다.

실제로 백 교장은 은퇴 후에 사람 만나는 횟수를 99% 줄였다. 매일 새벽 3시면 눈을 뜬다는 그의 하루는 거의 독서와 글쓰기, 사색으로 채워진다. 혼자 있으면서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한번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잖아요. 해야 할 일이 먼저지, 하고 싶은 건 뒷전이었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인간은 누구나 문화 예술의 창조자가 되고 싶은 열망과 능력이 있어요. 은퇴 후엔 이 열망을 끄집어내야 합니다. 이건 내밀하게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통해서만 깨우칠 수 있는 거죠.

bt51265a61e5c578462eb0479346d70bd0.jpg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이 경기도의 위례인생학교에서 인생 후반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계속)
은퇴 20년차 백 교장이 말하는 ‘혼자 놀기’란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인간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혼자 지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백 교장은 “여생이 1년 뿐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관계는 과감히 끊고, 어떤 관계에는 더 큰 에너지를 쏟으며 공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백 교장만의 철칙,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한 뒤 넉넉해진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며 어떤 즐거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봅시다.  

아래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6116

‘내게 꼭 맞는 삶’ 찾기에 성공한 〈은퇴Who〉 스토리 더 보시려면…

“근무는 3시간, 책 보다 퇴근” 은퇴 뒤 찾은 월 100만원 꿀직장
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출신인 임희춘씨가 정년퇴직 한 뒤 새로 얻은 직장은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공립 도서관이다. 시니어 직원으로 출근하는 그의 자리는 4층 복도 한 켠에 자리잡은 책상이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단 3시간, 월 급여는 100만원 정도다. 4대보험도 다 된다. 그는 이 직장을 얻기 위해 재직 중 5년을 짬짬이 준비했다. 그는 “직장 만족도는 100점 만점”이라며 웃는다. 그는 “사무직 퇴직자들이 취업할만한 좋은 일자리가 의외로 굉장히 많다”고 말한다. 시니어 전용 일자리 사이트부터 재직 중 준비하면 좋은 자격증 등, 임희춘씨가 털어놓는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고급 정보를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8863

bt094e239eb3f5ba944b4aa2266df27355.jpg

경기도 성남중앙도서관에 시니어 직원으로 취업한 임희춘 전 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우상조 기자

52세에 명퇴당한 MBC PD, 월 1000만원 찍은 ‘사소한 습관’
www.joongang.co.kr/article/25373065

③ NGO 봉사 하다보니 월 350…더 값진 ‘노후 자존감’도 번다
www.joongang.co.kr/article/25376752

④ “남편이랑 놀았을 뿐인데…” 정년퇴직 부부 월 300 버는 법
www.joongang.co.kr/article/25366753

⑤ “별일 안해도 월 300만원 훌쩍”…‘자연인’ 택한 대기업맨 비결
www.joongang.co.kr/article/25363054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28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