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페인 前국왕의 69년 묻어둔 사고…"총기 오발로 동생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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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전 국왕. AP=연합뉴스

뇌물 스캔들로 양위한 스페인 전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87)가 10대 시절 동생을 사망에 이르게 한 ‘총격 사고’의 경위를 69년 만에 처음 공개했다.

영국 텔레그래프·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회고록 ‘화해’ 프랑스어판을 출간했다. 스페인어판 출간은 12월 초 예정돼 있다.

1956년 3월 후안 카를로스의 동생 알폰소는 14세에 이마에 총알 한 발을 맞고 사망했는데, 후안 카를로스와 가족은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관련한 사법 조치도 없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18세 사관학교 생도였던 후안 카를로스는 포르투갈로 망명 중이던 아버지 후안 데 보르본을 방문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후안 카를로스와 14세 동생 알폰소는 위층 방에서 권총을 가지고 놀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후안 카를로스는 회고록에서 권총에 탄창이 없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약실에 총알이 한 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썼다.

그는 “총이 공중에 발사됐고 총알이 튀어나와 내 동생의 이마에 정확히 맞았다”며 “동생은 아버지 팔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사건 직후 아버지 후안 데 보르본은 알폰소의 시신을 스페인 국기로 감쌌고 나중에 바다에 총을 던져버렸다.

앞서 스페인 언론은 알폰소의 어린 시절 친구를 인용해 후안 데 보르본이 후안 카를로스를 붙잡고 “고의로 한 게 아니라고 맹세하라”고 소리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가족은 해당 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사법적 책임 문제도 공식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다.

후안 카를로스는 회고록에 “동생이 그립다. 그는 내 친구였고 엄청난 구멍을 남겼다”며 “동생이 죽지 않았더라면 내 삶은 덜 불행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후안 카를로스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체제 아래에서 왕위 후계자로 지명됐고, 프랑코 사망 후인 1975년 즉위했다. 프랑코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해온 후안 카를로스는 회고록에서도 “나는 그를 엄청나게 존경했고 그의 지성과 정치적 감각을 높이 샀다”고 언급했다.

2014년 뇌물 스캔들 등으로 아들 펠리페 6세에게 넘긴 후안 카를로스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아들이 의무감에 내게서 등을 돌리고 친구라던 이들도 등을 돌리고 나니 나는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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