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 상무부, 미국서 원잠 만들라 요구”…늦어지는 팩트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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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지연되는 건 한국 원자력(핵)추진잠수함의 ‘미국 내 건조’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 때문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 주도의 ‘자국 내 조선소 건조’ 주장이 미 부처 내에서 설득력을 얻으며 양국 간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기류는 국방부가 9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정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안 장관은 이날 오전 방송 대담에서 ‘미국의 원잠 지원은 우리가 건조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점을 의미하는지’ 묻는 질의에 “그냥 지원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지원, 파지티브(positive)라고 그런 얘기를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는 안 장관이 지난 4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의 원잠 지원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런데 방송 직후 국방부는 별도 공지를 통해 안 장관의 발언을 바로 잡았다. “이는 ‘국내 건조’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 측의 전반적인 지원 의사를 설명한 것”이라면서다. 굳이 헤그세스가 ‘한국 내 원잠 건조’를 지지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취지로 정정한 셈인데, 이 자체가 원잠을 어디서 건조할 것인지를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실제 군과 업계 소식통들은 한·미 팩트시트가 늦어지는 데 대해 “미 상무부가 ‘미 조선소 투자를 통한 자국 내 원잠 건조’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경주 한·미 정상회담 직후(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SNS)에 “(트럼프가)한국의 유수 조선 업체들이 필라델피아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논의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짓는 걸 전제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기록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께서 ‘우리가 여기(한국)에서 짓는다’고 말한 부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조’는 대통령 차원에서 선을 그은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 양보가 불가하다는 점을 미 측에 부각한 것일 수 있다. 이는 결국 미국이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팩트시트 발표 지연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도 된다.

이럴 경우 정상회담 팩트시트와 연동된 한·미 SCM 공동성명도 ‘봉인 해제’까지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직 공개되지 않은 SCM 공동성명에는 한·미 국방 수장 차원에서 양국이 미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해 억제할 대상으로 북한뿐 아니라 “역내 모든 위협(all regional threats)”을 처음 명시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서 동맹의 기여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잠수함은 원자로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원자력추진잠수함으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원잠(미국식 제식 함종 SSN)은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SSBN)과는 구분됩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해당 잠수함을 ‘핵추진잠수함(핵잠)’이 아닌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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