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장동 항소포기' 특경법 배임 무죄 확정…李와 연결고리도 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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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9일 국회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조직적인 항명에 가담한 관련자 모두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검찰이 7일 자정이 시한이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항소를 포기한 뒤 이틀째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각각 ‘검찰 수사에 대한 상설특검’ ‘대통령실 개입 국정조사’를 꺼내면서 격돌했다. 검찰 내에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8일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9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도 터져 나왔다. 노 대행은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법무부 의견을 참고한 후 중앙지검장과의 협의 아래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입장문을 냈으나 정 지검장은 곧바로 “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대장동 비리 민간업자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 및 이해충돌방지법, 428억원 뇌물(이익 배분) 약속 혐의 등 1심 무죄 부분은 그대로 확정받게 됐다. 항소심은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김만배씨 등 피고인 5명이 항소한 1심 유죄 부분(형법상 업무상 배임 등)을 다투게 됐다.

법원 안팎에선 이날 “검찰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성남시 수뇌부’의 개입을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는 상당 부분 차단됐고, 민간업자들의 ‘개인 비리’ 위주로 재판이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민간업자들이 무죄 확정을 받은 특경가법상 배임 등 혐의는 재판 중지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1심 중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기소 혐의와 동일하다. 한 고법 판사는 이를 두고 “개별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겠지만 공범 및 뇌물 공여자에게 무죄가 확정되면서 사실상 수뇌부로 올라가는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평가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이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경가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두 가지다. 두 혐의 모두 민간업자 재판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에게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특경가법을 적용하려면 5억원 이상(징역 3년 이상) 또는 50억 이상(5년 이상)의 피해액이 특정돼야 하는데, 재판부는 “2015년 사업 확정 당시를 기준으로 민간업자들이 얻게 될 이익이 5억원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이란 점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로 봤다.

이에 수사팀은 항소심에서 구체적인 배임 액수를 재입증해 특경가법 적용을 다시 주장할 방침이었으나 지휘부의 항소 포기로 민간업자들을 가중처벌할 길은 없어졌다.

대장동업자 배임 무죄로…‘따로 재판’ 대통령 혐의에도 영향

이 대통령도 재판이 재개되더라도 최대 형량이 무기징역에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낮아졌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범이 무죄가 났다고 해서 다른 공범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임 재판부는 이미 확정된 선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항소심에서 다툴 형법상 배임죄에 대해서는 여당에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만일 항소심 재판 중 배임죄가 폐지되면 면소 판결을 받거나 검찰에서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도 생긴다.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성남시청을 잇는 연결고리인 ‘428억원 뇌물 약속’ 혐의 무죄도 확정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게 대장동 이익금 중 428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뇌물공여 약속)다. 1심 재판부는 428억원을 ‘유동규 측’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면서 “업무상 배임의 범죄 수익을 분배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며 추징금에 포함하면서도 별도로 뇌물죄를 구성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역시 같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로 재판 중이어서 무죄를 받을 공산이 커졌다.

이에 대한 항소 포기로 민간업자들과 정 전 실장, 이 대통령 등 당시 성남시 수뇌부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뇌물 약속을 고리로 ‘수뇌부’ 개입을 다툴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장동 1심 재판부는 “이재명·정진상 등은 민간업자들이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이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도 했다. 한 고법 판사는 “1심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본부장을 ‘중간 관리자’라면서도 사실상 대장동 배임 혐의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유 전 본부장이 주범이라는 1심의 결과를 인정한 꼴”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 혐의인 이해충돌방지법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범행 시점을 2015년 8월 19일(사업시행자 선정일)이라고 보고, 검찰이 이로부터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소했다며 면소 판단했다. 검찰로서는 2014년 8월~2023년 1월에 걸쳐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해 온 만큼 항소심에서 범행 시점에 대한 판단을 뒤집는 게 과제였으나 무죄가 확정됐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은 검찰이 김만배 6111억원, 남욱 1010억원, 정영학 646억원 등 총 7814억원의 민간업자들의 부당이익 추징을 요구한 근거였지만, 무죄가 확정되며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1심 재판부는 유사 사례의 법리만을 토대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하면서 추징하지 않았다”며 “항소 포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재산상 이익 취득 시기 등)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이날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겨냥하는 대상은 정반대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자로서 본분을 잊은 명백한 항명”(김병기 원내대표)이라며 검찰 수사팀을 공격한 반면, 국민의힘은 대장동 항소 포기를 ‘이 대통령 방탄용 권력형 수사 외압’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실 개입 여부, 대통령 지시 여부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나경원 의원)며 ‘윗선’을 향해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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