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병실도 무너질까 못 들어가"…울산 생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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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8일 오전 발전소 내 보일러 타워 4호기 뒤편 이미 붕괴한 5호기에서 구조와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도 무너질까”…트라우마 큰 생존자
지난 8일 오후 울산의 한 병원 앞 화단. 목 보호대를 찬 환자복 차림의 A씨(40대)가 불안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가족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보였지만, A씨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A씨 가족은 “(A씨가) 현재 병실 안에 있으면 무너질까 봐 불안하다며 계속 밖에 나와 있다”고 귀띔했다. A씨는 지난 6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작업자다.
A씨는 사고 충격이 커 이날까지 말도 잘 못 했다고 한다. 가족·지인과 대화 중에도 계속 한숨만 쉬며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그런 A씨를 보며, 지인은 “내가 네 손을 잡고 이름을 계속 불렀는데도 나를 못 알아보더라”며 “몇 번 부르니 나를 딱 알아보더라. 하늘이 도왔다”고 다독였다. A씨는 병원 앞에서 만난 기자에게 “(사고에 대해) 생각만 해도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 말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가 난 지 사흘이 지난 9일에도 이처럼 사고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됐다. 생존자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사망자의 남겨진 유가족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발생 사흘 만인 9일 구조당국이 시신을 수습한 김모(44)씨가 안치된 울산시 한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 안대훈 기자
남겨진 유족 슬픔 이어져…“나 어떡해” 오열
이날 울산의 다른 병원 장례식장에서 김모(44)씨 시신을 본 아내는 “아이고 나 어떡해”라며 울먹였다. 함께 있던 김씨 부모는 며느리에게 “눈은 감았더냐”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기도 했다.
김씨 부친(70대)은 현장 취재진에게 “어릴 때 생활 형편이 어려워, 스스로 공부해 장학금을 받아 대학까지 갔던 아들”이라며 “그저 구조되길 기다렸는데, 심폐소생술까지 했는데 사망했다는 통보를 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린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김씨는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매몰된 지 사흘 만인 이날 시신이 수습됐다. 김씨는 사고 당일 구조대에 의해 발견될 때만 해도 생존해 있었다. 하지만 추가 붕괴 우려로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고, 다음 날 김씨는 결국 사고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8일 오후, 울산화력 사고 사망자 전씨의 빈소 앞에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창용 기자
어려운 형편 견뎌낸 가장들…“힘들어도 짜증 한 번 안 냈는데”
지난 8일 찾은 울산의 또 다른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모(49)씨 빈소 역시 눈물바다였다. 남편인 전씨를 떠나보낸 미망인은 눈과 볼이 빨갛게 부은 채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전씨 부친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늦은 밤까지 빈소를 지켰다. 몇몇 친척은 짙은 한숨을 내쉬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전씨의 한 친척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화는커녕 짜증도 한 번 낸 적 없다고 한다”며 “혼인신고만 하고 (바삐 일하느라) 결혼식도 못 올릴 정도로 성실하게 산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전씨 부부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다 폐업하고 경남 거제로 이사했다고 한다. 생활이 궁핍해지자 전씨는 조선소에서 일하다 최근 건설 현장 일용직도 뛰었는데, 이번에 보일러 타워 철거 공사에 투입됐다 변을 당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8일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국무총리실
전씨 유족은 지난 8일 빈소를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우리 아이 억울함 좀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김 총리는 “향후 제도 보완과 현장 중심의 관리 체계를 신중히 마련해 이번과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고 구조와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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