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당신이 죽였다' 감독 "시어머니가 울면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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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 사진 넷플릭스
“시어머니가 울면서 전화를 하셨어요. 8부를 다 본 기분으로 통화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은수, 희수 때문에 눈물이 났다며 ‘그 둘은 잘 사느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무뚝뚝한 70대 경상도 사람인 친정엄마도 희수 이야기에 울컥한 듯 하셨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이정림 감독 인터뷰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림 감독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를 연출한 소감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세대도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사실이 제일 기뻤다”며 뿌듯한 마음을 털어놨다.
‘당신이 죽였다’는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다.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 조은수(전소니)와 조희수(이유미)의 이야기를 그린다. 폭력을 일삼는 남편 노진표(장승조), 상식 밖의 행동을 하지만 따뜻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사업가 진소백(이무생) 등 주변 인물까지 얽히며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인간의 공포와 해방, 연대의 감정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톱10(온라인 동영상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 9일 기준) 글로벌 3위, 한국 1위에 올랐다.
- 넷플릭스와는 첫 협업이다.
- “SBS 드라마(‘VIP’·‘악귀’ 등)만 했던 터라, 지상파 밖의 표현의 자유를 느꼈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줘서 편하게 작업했다.”
- 무거운 주제를 연출한 배경은.
- “본능적으로 심장이 조이고 아프고 이런 이야기에 끌린다. 전작들도 그랬지만 삶이 힘든 주인공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작품을 위해 가정폭력 상담사를 찾았다고.
-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수업을 들으면서 가정폭력 생존자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연출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동시에 가정폭력이 사생활의 영역이 아닌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그래서 피해자의 아픔을 강조하기 보다는 가해자 노진표 위주의 앵글로 장면을 설명했다. 노진표가 정말 나빠보이면서도 보는 사람들이 너무 고통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그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 이유미를 캐스팅할 때 시를 건넨 이유는.
- “폭력에 관한 책을 읽다가 폴레트 켈리의 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를 알게 됐다. 실제로 13년간 가정폭력을 당한 학자가 자기 경험을 쓴 내용인데, 남편에 의해 죽게 되는 화자의 삶을 담았다. 그 시가 희수의 삶을 대변한다고 느꼈다. 동시에 이유미가 그 시를 읽으면 희수라는 인물을 금방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이정림 감독은 "가정폭력이 사회문제로 여겨졌으면 한다. 진짜 남편을 죽인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상황을 지켜만 본 방관자들이 죽인 것일 수도 있다는 여러가지 의미로 '당신이 죽였다'라는 제목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 폭력 장면은 배우들에게도 힘든 촬영이었을텐데.
- “현장에 심리상담사가 왔다. 촬영 전후로도 연결해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나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 조희수 역인 이유미도 힘들겠지만, 장승조가 특히나 연기 고충을 느꼈을 거다. 아무리 연기라도 사람이 누굴 때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런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장승조를 캐스팅한 이유는.
- “이전 작품을 보니, 악역을 하면 살벌하고 선역을 하면 순둥한 눈웃음이 나오더라. 그 양면성이 뚜렷해서 1인 2역을 잘 소화하리라 생각했다. 그냥 지나가는 장면에도 손으로 딱 소리를 내는 등 폭력 남편의 포인트를 너무 잘 만들어와서 촬영하다 내가 열받을 때도 있었다.”
- 후반부 스토리가 원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 “김효정 작가를 처음 만난 날 엔딩 이야기부터 했다. 원작에선 두 여자가 아무런 피해 없이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결말인데, 우리나라 정서로 각색하면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은수와 희수는 어떤 식으로든 저지른 죄 값을 치를 성격이라, 김 작가에 ‘법정 장면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반복되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리를 끊어내고, 서로 연대하며 평범한 일상을 위해 가장 절박한 선택을 한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 희수의 후반 대사 ‘날씨가 궁금하다’가 인상적이다.
- “희수가 다용도실에 숨어 지내면서 날씨가 궁금한 날이 과연 있었을까. 고통이 끝나고 창밖도 보고, 밖의 날씨도 궁금해지는 그런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 진소백은 성별까지 바꿔 원작과 전혀 다른 인물로 그렸다.
- “원작대로 여사장을 내세웠다면 두 여자를 돕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긴 했다. 그럼에도 극 중 좋은 남자 어른이 한 명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배우 이무생을 캐스팅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를 도와주는 그런 판타지같은 사람이다.”
- 원작자 오쿠다 히데오가 본다면 어떤 반응일까.
- “원작을 재밌게 본 팬의 입장에서 잘 만들고 싶었다. 현장에 일본 쪽 관계자가 와서 1~2부를 보고 갔는데 ‘원작자도 너무 좋아할 것 같다’는 후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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