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은수·희수 잘 사냐며…시어머니도 우셨죠
-
12회 연결
본문

이정림(아래 사진)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당신이 죽였다’는 반복되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리를 끊어내고, 서로 연대하며 평범한 일상을 위해 가장 절박한 선택을 한 두 여자 희수와 은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시어머니가 울면서 전화를 하셨어요. 8부를 다 보셨다며 ‘은수, 희수 그 둘은 잘 사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무뚝뚝한 70대 경상도 사람인 친정엄마도 희수 이야기에 울컥한 듯 하셨어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림 감독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를 연출한 소감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세대도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사실이 제일 기뻤다”며 뿌듯한 마음을 털어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 [사진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는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다.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 조은수(전소니)와 조희수(이유미)의 이야기를 그린다. 폭력을 일삼는 남편 노진표(장승조), 따뜻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사업가 진소백(이무생) 등 주변 인물까지 얽히며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인간의 공포와 해방, 연대의 감정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7일 공개 후 넷플릭스 톱10(온라인 동영상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 9일 기준) 글로벌 3위, 한국 1위에 올랐다.
- 넷플릭스와는 첫 협업이다.
- “SBS 드라마(‘VIP’·‘악귀’ 등)만 했던 터라, 지상파 밖 표현의 자유를 느꼈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줘 편하게 작업했다.”
- 무거운 주제를 택한 배경은.
- “본능적으로 심장이 조이고 아픈 이야기에 끌린다. 삶이 힘든 주인공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작품을 위해 가정폭력 상담사를 찾았다고.
-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들으며 가정폭력 생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연출했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과 동시에 가정폭력이 사생활의 영역이 아닌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그래서 피해자의 상태를 강조하기 보다 가해자 노진표 위주의 앵글로 상황을 설명했다. 보는 사람들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했다.”
- 이유미를 캐스팅할 때 시를 건넨 이유는.
- “폭력에 관한 책을 읽다 폴레트 켈리의 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를 알게 됐다. 실제로 13년간 가정폭력을 당한 학자가 자기 경험을 쓴 내용이다. 이유미가 그 시를 읽으면 희수라는 인물을 금방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 폭력 장면은 배우들에게도 힘든 촬영이었을텐데.
- “현장에 심리상담사를 둬 배우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나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희수 역의 이유미도 힘들었겠지만, 장승조가 특히나 고충을 느꼈을 거다. 아무리 연기라도 사람이 누굴 때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심리적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 후반부 스토리가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 “원작에선 두 여자가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결말인데, 우리나라 정서로 각색하면서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은수와 희수는 어떤 식으로든 저지른 죄 값을 치를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 희수의 후반 대사 ‘날씨가 궁금하다’가 인상적이다.
- “다용도실에 숨어 지내던 희수에게 날씨가 궁금한 날이 과연 있었을까. 고통이 끝나 창밖도 보고, 날씨도 궁금해지는 그런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