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전력난 해법, 구글·MS·아마존 '빅테크'의 선택은 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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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출상담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수력원자력 부스에서 초소형 모듈 원전 SMR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B200) 한 장은 최대 1000W(와트)를 소비한다. 수만 장이 동시에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피크는 중소 도시 전체 수준에 이른다. AI(인공지능)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전력 확보’가 기술 경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들은 해법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300MWe 이하 원자로)’를 주목하고 있다.
15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은 데이터센터 전력원을 재생에너지에서 SMR로 전환 중이다. 구글은 미국 카이로스파워와 손잡고 2035년까지 500MW(메가와트) 규모 SMR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고, 아마존은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5억 달러를 투자해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단지에 SMR 전력을 도입할 계획이다. 오픈AI 샘 올트먼 CEO도 SMR 개발사 오클로에 직접 투자하며 AI 전력원을 원자력으로 바꾸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MS는 차세대 SMR을 포함한 청정전력망 확보를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 1호기 재가동 프로젝트에 참여,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이들의 목표는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는 ‘자가 에너지 체계’ 구축이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신규 원전이 10년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분의 10%를 감당할 것”이라며 “SMR은 정전 시 자체 재기동이 가능한 블랙스타트 기능과 높은 연료 보안성으로 데이터센터에 최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SMR 설치 용량이 80GW(기가와트)로 전체 원전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현재 18개국에서 74개 SMR 노형이 개발 중이며, 7기가 건설·운영 단계에 있다. SMR은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해 건설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기 공급이 끊겨도 자연 순환으로 냉각되는 ‘자동안전 시스템’을 갖췄다.
대형 원전보다 설치비가 50% 낮고 부지 제약도 적다. AI 데이터센터 인근에 설치하면 송전 손실을 줄이고, 24시간 무탄소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 상업 운전 사례가 적고, 발전단가가 대형 원전보다 높아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인허가 체계·연료 공급망·사회적 수용성 등도 상용화를 가로막는 현실적 제약으로 꼽힌다.

김경진 기자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은 SMR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2조6000억 달러 규모 ‘미국 일자리 계획’으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고, 캐나다·영국·프랑스도 국가 차원의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중국과 일본도 에너지 전략에 SMR을 포함했다.
한국은 2019년부터 혁신형 SMR(i-SMR) 개발에 착수해 2028년 표준설계 인가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표준설계 완료 후 2030년대 초 상업운전을 목표로 민관 합작 실증사업을 검토 중이다.

차준홍 기자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SMR은 아직 기술개발이 충분하지 않고, 비용과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정부의 SMR 추진 의지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이달 중 열릴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SMR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SMR 1기를 포함했지만, 구체적인 건설 계획 등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출발은 다소 늦었음에도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지만 정권 변화에 따라 예산·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연구 동력이 약화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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