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지막 실종자 주검으로…울산화력 사고부터 수색종료까지 9일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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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와 실종자 구조를 위해 4?6호기 발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5호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발생 9일째인 14일 실종자 1명을 추가로 수습하면서 모든 실종자가 확인됐다. 이로써 매몰됐던 7명 이 모두 숨진 채 발견돼 사고는 '전원 사망'이라는 참사로 마무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0시쯤 마지막 실종자인 60대 남성을 수습하면서 소방 수색·구조 작업이 끝났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2시 2분쯤 울산화력발전소 내 높이 60m 보일러 타워(4·5·6호기) 중 가운데 5호기가 철거를 위한 취약화 작업 도중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취약화 작업은 발파 철거 시 건물이 쉽게 붕괴하도록 기둥과 구조물을 미리 절단하는 절차다. 사고 당시 작업자 9명 중 8명은 지상 25m 작업대에서 절단 작업을 하고 있었고, 1명은 외부에서 작업을 조정하고 있었다.

붕괴현장 수색 작업 논의 . 연합뉴스
붕괴 사고 직후 2명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머지 7명은 잔해에 갇힌 채 연락이 두절됐다. 특히 한 40대 작업자는 사고 발생 1시간 20분 뒤 구조대와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생존해 있었지만, 절단 구조물이 팔을 짓누르고 있어 신속한 구출이 어려웠다. 그는 14시간여 뒤 숨졌고, 시신 수습은 9일 오전에 이뤄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구조 작업은 사고 당일부터 10일까지 사실상 정체됐다. 붕괴한 5호기 양옆의 4·6호기가 이미 취약화 작업을 거친 상태여서, 구조 장비 진동만으로도 추가 붕괴 위험이 컸다. 이 때문에 크레인 등 대형 중장비 투입이 불가능했다. 구조대는 손으로 잔해를 걷어내는 수준의 제한적 접근만 가능했다.

구조대원들 붕괴현장 구조에 혼신. 연합뉴스
지체 상황은 11일 전환점을 맞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붕괴 위험이 높던 4·6호기 두 타워를 발파 방식으로 제거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리면서다. 인명 구조를 위해 산업 설비를 폭파한 사례는 국내에서 매우 드물다. 발파 후 진입로가 확보되면서 크레인·굴착기 등 중장비 투입이 가능해졌다. 수색은 빠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소방당국은 "조명차와 야간 인력을 총동원해 24시간 수색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작업자 9명은 모두 보일러 타워 4·5·6호기 철거 작업에 참여해온 인력이다. 해당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돼 2021년 가동을 중단했으며, HJ중공업이 지난해 1월 철거 공사를 수주해 내년 6월 완료를 목표로 해체를 진행 중이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13일 울산화력본부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구조 수색 종료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해체 공정의 안전관리 부실, 위험성 평가 이행 여부, 행정 절차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울산지검도 산업안전 전문 검사·수사관 10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엄정한 수사를 예고했다. 울산지검은 산업안전 중점 검찰청이다. 부산고용노동지청 역시 별도의 사고조사팀을 꾸려 원청과 하청 업체의 산업안전 조치 준수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지난 13일 사고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시공사인 HJ중공업 김완석 대표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안게 된 유가족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함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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