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다카이치 총리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中 구축함 3척 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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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성은 중국의 055형 구축함을 포함한 중국 인민해방군(PLA) 함정 3척이 지난11일 일본 남쪽 해역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 CCTV, SCMP 캡처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두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PLA) 함정 3척이 일본 오스미 해협을 통과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달 말 APE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문제를 잇달아 언급해 양국 긴장이 급속히 고조된 가운데 발생했다.

일본 방위성은 13일 “중국 해군 055형 구축함을 포함한 함정 3척이 12일 규슈 가고시마현 남쪽 해역을 지나 오스미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보다 앞선 11일에도 동일 항로를 따라 중국 군함이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에 따르면 가장 먼저 통과한 ‘안산’(안샨)은 배수량 1만t이 넘는 중국 최신예 055형 구축함으로, 현재 8척이 실전 배치돼 있다. 뒤이어 054형 미사일 프리깃과 903형 보급함이 동일 경로로 규슈 남부 해역을 두 차례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해상자위대 함정 3척을 파견해 이들 군함을 추적·촬영했다. 방위성은 “중국 함정은 정상 속력으로 항해했으며 위협적 행동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중국 군함의 오스미 해협 통과는 10차례 이상으로, 지난달 31일과 이달 8일에도 같은 항적이 확인됐다.

이번 항해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8일 국회에서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발언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존립 위기사태’로 규정되면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발동해 동맹국을 지원할 수 있고, 자위대 출동도 가능해진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인 이달 1일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린신이 대만 총통부 선임고문과 25분간 면담한 사실을 공개하며 “대만은 일본의 소중한 친구”라고 언급해 이미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언급을 ‘레드라인 침범’으로 규정하며 외교·군사·여론전에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3일 가나스기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극도로 나쁘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장빈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이 무력으로 대만 문제에 개입한다면 중국군 앞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는 참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라인의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8일 X(옛 트위터)에 “그 더러운 목은 망설임 없이 베어버릴 것”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면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주일대사관은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자제하라”는 안전 안내문까지 발송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군함 이동을 다카이치 발언에 대한 보복·경고로 해석하지만, 중국 내 전문가들은 신중한 해석을 내놨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외교적 갈등이 즉각 군사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 해군력 확대에 따라 장거리 훈련과 주변 해역 항해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스미 해협은 규슈 남단과 다네가시마 섬 사이 약 40㎞ 폭의 국제수역으로, 중국 함정이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주요 통로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인근 마게시마 섬을 항공자위대 훈련장 및 미군 지원 기지로 지정해 운영 준비 중이며, 이 일대는 미국과 동맹국이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에 속한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일 군사 영향력 확대에 강하게 반발해왔고, 그때마다 중국 군함·군용기의 접근에 일본은 자위대 함정·항공기를 긴급 파견하며 공중·해상에서의 대치가 반복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번 긴장이 2010년 센카쿠 열도 충돌 당시처럼 중국이 경제·외교 카드를 동원해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일본을 몰아붙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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