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서울판 맘다니' 꿈꾼다…여권 잠룡들이 놓친 것들
-
2회 연결
본문

뉴욕시장 당선인 조란 맘다니. 연합뉴스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이 미국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4일(현지시간), 뉴욕으로부터 약 1만1000㎞ 떨어진 서울도 들썩였다. 30대 진보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내년 지선을 준비하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제 2의 맘다니’ 마케팅 붐이 일었다.
가장 열렬한 축하를 보낸 건 여권 서울시장 후보군이었다. 지난달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맘다니 후보의 당선 소식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서울도 바뀔 수 있다. 아니 바뀌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서울도 뉴욕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주택 가격과 전세가는 오를 만큼 올랐고, 월세도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 ‘부담가능한 뉴욕’을 차용해 “뉴욕 시민이 그러했듯, 내년 지선에서도 ‘부담가능한 서울’을 만들 새 시장을 선택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와우. 이런 소식에 여전히 가슴이 뛴다”며 맘다니 당선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이 최근 뉴욕을 경유한 것을 언급하며 “잠시나마 같은 하늘 아래에서 맘다니 후보의 당선을 기념할 수 있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만다니(34) 뉴욕시장에 관한 게시글을 올렸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예 맘다니의 사진과 자신의 사진을 나란히 붙여 올리며 혁신당의 부동산 정책을 알렸다. 지난 12일엔 “다원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국판 맘다니’의 등장이 가능하다”고 적었다.
여권에 ‘맘다니 마케팅’ 열풍을 불러온 것은 맘다니의 극적 서사다. 무명에 가까운 지역 정치인이었던 맘다니는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정치 거물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었다. 쿠오모가 성추행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는 걸 감안해도 맘다니의 역전은 드라마였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오세훈 서울시장에 비해 열세를 보이는 민주당 후보군에게 맘다니의 길은 그 자체로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여권 서울지사 후보자는 “맘다니 열풍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영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맘다니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성공한 비주류’의 이미지만 소비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맘다니는 공공 임대료 동결, 기업인과 부유층 추가 과세, 최저임금 인상 등 서민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걸었고, 인종 전반의 고른 지지와 청년층 지지를 확보했다.
이와 관련,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맘다니가 검찰개혁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게 아니다. 맘다니를 통해 민주당이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건 민생 이슈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점일 것”이라며 “오 시장을 비판하는 여권 주자들에게 그와 대적할 민생 해법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전직 의원도 “뉴욕 시민들이 맘다니가 공약을 모두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찍어준 게 아니다. 뉴욕 시민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맘다니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찍어준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맘다니를 언급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이 지점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