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측근 비난, 클린턴 수사 지시...트럼프, 엡스타인 논란 차단 안간힘

본문

btd1738840549663f59421c8f06582ddad.jpg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근처 내셔널 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리 엡스타인’ 논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엡스타인 파일’공개를 주장하는 최측근 의원을 비난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엡스타인 간의 관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조지아주)을 겨냥해 “마조리 ‘반역자(traitor)’ 그린은 우리 공화당의 수치”라며 “그는 좌파로 돌아서며 공화당 전체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의 이름을 ‘마조리 테일러 브라운’으로 바꿔 부르며 “그린(녹색)은 썩기 시작하면 브라운(갈색)으로 변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도 “괴짜 마조리가 하는 것이라고는 불평, 불평, 또 불평뿐”이라며 “그린에 대한 내 지원과 지지를 철회한다”고 했다. 그린 의원은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그러던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두고 비판적 입장을 내비치다 엡스타인 파일까지 거론하고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직격한 모양새다. 그린 의원은 14일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일 공개를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bt7c8f8f8ae58e385b727fd5d9050a8958.jpg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의사당 밖 한 시위자가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문건 공개와 관련된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엡스타인 파일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후 구치소에서 숨진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문건을 의미한다. 엡스타인의 사후 미 정가에선 그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유력 정치인 명단이 존재한다거나 그의 죽음이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상당한 친분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돌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자신이 당선되면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법무부는 수사 종료를 선언하면서 수사 기록엔 별다른 내용이 없고 개인정보라는 점을 들어 파일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지난 12일 미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주도로 엡스타인 파일 중 일부가 공개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파일에서 발견된 내용이라며 엡스타인이 주고받은 이메일 3통을 공개했는데 거기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겼다. 하원 감독위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공개된 이메일은 백악관이 숨기려 하는 것, 그리고 엡스타인과 대통령 간 관계의 본질에 대해 명백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btbd8199b104cefbcf93bdab960524f002.jpg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한 시위자가 피노키오 코가 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스크를 쓰고 '기밀 엡스타인 파일'이라고 적힌 상자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민주당이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엡스타인 사기극을 꺼내들었다”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으나 민주당은 다음주 엡스타인 파일 전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의 표결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 의원에 대한 비판과 같은 내부 단속뿐만 아니라 민주당 측 인사에 대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이며 전선을 확대해왔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 민주당 측 고위 인사들과 엡스타인 간의 관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논란과 관련해 이처럼 민감히 반응하는 이유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그의 핵심 지지층에서도 불만을 가지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입소스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10명 중 9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엡스타인 파일을 처리한 방식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는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7월 수사 종결 발표 당시에도 마가 진영에선 발표를 주도한 팸 본디 법무장관 해임 요구 등 비판이 터져나온 바 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15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