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챔피언의 난조… '폭풍 질주' 랴오위안허 삼성화재배 결승1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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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2025 삼성화재배 결승 1국이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 글라스하우스 2층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결승전 대국 중인 딩하오 9단(왼쪽)과 랴오위안허 9단. 손민호 기자
중국 랴오위안허가 2025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먼저 웃었다.
16일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 글라스하우스에서 열린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중국 13위 랴오위안허(25) 9단이 중국 1위이자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딩하오(25) 9단에 169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했다.

16일 열린 2025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선승한 랴오위안허 9단. 사진 한국기원
승부는 예상과 달리 싱겁게 났다.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던 딩하오가 무기력하게 패퇴했다. 초반 포석부터 덜컥거렸다. 어찌하다 보니 우변 백 다섯 점이 갇혀 버렸다. 고심 끝에 딩하오는 우변 백을 포기하는 대신 상변에 세력을 쌓았다. 랴오위안허도 바로 상변에 침투해 삭감을 시도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됐는데, 딩하오의 공격이 너무 무뎠다. 이날의 딩하오는 전날 4강전에서 한국 김지석(36) 9단의 집요한 공격을 다 막아냈던 그 딩하오가 아니었다. 딩하오의 느슨한 대응으로 랴오위안허는 상대 진영에서 떵떵거리고 살았다. 그 순간 바둑은 사실상 끝났다. 이후로도 딩하오는 변변한 승부처 한 번 만들어보지 못하고 바둑을 내줬다. 랴오위안허의 완승이라기보단 딩하오의 완패였다.
딩하오는 이번 대회 컨디션이 안 좋았다. 감기에 걸려 내내 콜록거렸다. 그래도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2023년과 2024년 삼성화재배를 연거푸 우승할 때도 감기에 걸렸었기 때문이다. 올해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4강까지 올라오면서 딩하오는, 적어도 바둑판 앞에서의 딩하오는 아픈 사람이 아니었다. 32강전부터 4강전까지 하나같이 쉽지 않은 승부였으나 승자는 매번 딩하오였다.
아무래도 4강전을 마친 뒤 상태가 악화한 것 같다. 딩하오는 15일 4강전에서 김지석을 물리친 뒤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최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결승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는데 몸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승전 출사표치고는 어색했고 나약했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딩하오가 얼마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방을 좌우할 것 같다.
반면에 랴오위안허의 질주는 거침이 없다. 한국 1위 신진서와 2위 박정환을 차례로 꺾은 랴오위안허는 결승 1국에서 중국 1위 딩하오마저 물리쳤다.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첫 진출한 랴오위안허가 딩하오의 삼성화재배 3연패를 막고 생애 최초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열린 2025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패배한 디펜딩 챔피언 딩하오 9단. 사진 한국기원
삼성화재배 결승전은 3번기로 진행된다. 랴오위안허가 한 번만 더 이기면 서른 번째 삼성화재배의 주인이 된다. 딩하오가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려면 내일과 모레 이틀 내리 이겨야 한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도 딩하오는 중국 당이페이(30) 9단을 맞아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2025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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