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그네리안’이 환호한다…국내 최초 6시간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막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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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 포스터.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다음달 4~7일 국내에서 초연된다. 그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축약한 콘서트 오페라는 있었지만 휴식시간까지 총 6시간에 걸친 전막이 한국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17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이번 공연에 대해 “우리 오페라단이 몇 해 동안 꾸준히 쌓아온 바그너 제작기의 정점이자 한국 오페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해 오페라 ‘탄호이저’를 시작으로 바그너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현대음악의 시작에 결정적 영향을 준 바그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총 3막에 걸쳐 아일랜드 공주인 이졸데와 기사 트리스탄의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아일랜드 공주 이졸데는 마르케 왕과 정략 결혼하기 위해 콘월 성에 가는 도중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호위무사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사랑은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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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립오페라단 공연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을 맡은 브라이언 레지스터와 엘리슈카 바이슈바가 작품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이번 공연에선 바그너 음악의 정수를 구현하기 위해 바그네리안(바그너의 숭배자)이 환호할만한 전문가들이 뭉쳤다. 연출을 맡은 스위스 출신 슈테판 메르키는 2023년 코트부스 국립극장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이며 유럽 전역에서 주목 받았다.

트리스탄 역에는 스튜어트 스켈톤과 브라이언 레지스터, 이졸데 역에는 캐서린 포스터와 엘리슈카 바이소바가 각각 더블캐스팅 됐다. 스튜어트 스켈톤은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도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협연한 바 있다. 캐서린 포스터는 11년 연속으로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매년 열리는 바그너 오페라 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캐서린 포스터는 “그간 바그너의 작품을 꾸준히 해왔지만, 세 번 정도 무대에 선 뒤에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맘 먹을 정도로 어려운 작품”이라며 “그러나 자신이 갇힌 새장에서 끊임없이 벗어나길 바라는 이졸데를 연기하며 내 내면을 거울처럼 비춰보는 경험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브랑게네 역에 톤 쿰메르볼드와 김효나, 쿠르베날 역에 레오나르도 이와 노동용이 더블캐스팅 됐다. 한국 배우들은 모두 국립오페라단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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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바그너. 중앙포토

음악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다. 서울시향이 오페라를 연주하는 건 13년만이다.

연출이나 무대 의상 등은 현대적으로 각색된다. 1막의 무대는 거대한 우주선 형태로 그려진다. 이에 대해 슈테판 메르키 연출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죽음을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해석, 원작의 바다 위 항해 장면을 우주로의 여정으로 표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상 또한 우주복, 방어복, 해군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공연 시간은 휴식시간까지 총 6시간으로 예상된다. 1~3막이 각각 90분, 중간의 인터미션은 각각 40분, 30분이다. 이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바그너의 작품은 한 번 들으면 온종일 사람을 놔주지 않는 ‘마약’ 같은 음악”이라며 “반드시 공연에 와서 음악의 한 일부가 돼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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