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생 처음 세계대회 결승 올라 챔피언까지 먹었다, 랴오위안허 삼성화재배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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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위안허 9단이 2025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시상식 직후 트로피를 깨무는 포즈를 취한 랴오위안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새 챔피언이 탄생했다. 중국의 랴오위안허(25) 9단이 2025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랴오위안허는 17일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2국에서 디펜딩 챔피언 딩하오(25) 9단을 맞아 242수 만에 백 불계승하고, 종합전적 2승으로 2025 삼성화재배를 차지했다.

전날 결승 1국에서 딩하오에 완승을 거뒀던 랴오위안허는 이날 결승 2국에선 중반까지 치열한 반집 승부를 벌였다. 계가까지 갈 것 같은 미세한 바둑이었는데 딩하오의 끝내기 실수가 나오면서 서서히 형세가 기울었다. 비세를 확인한 딩하오는 순순히 항복을 선언했고, 이로써 올해 삼성화재배는 막을 내렸다.

2025 삼성화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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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위안허는 중국 랭킹 13위다. 세계대회 우승은커녕 결승에 진출해본 적도 없다. 중국 국내 대회 성적도 돋보이는 게 없고, 삼성화재배에선 2019년 4강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이다. 대회 직전 랴오위안허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하자면 ‘초일류’로 구분되던 선수가 아닌데, 랴오위안허는 삼성화재배의 서른 번째 주인이 됐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행운만으로는 이번 대회의 폭풍 질주를 설명할 수 없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랴오위안허가 꺾은 상대 중에는 자타 공인 당대 최강 신진서와 세계대회 5회 우승에 빛나는 박정환이 있었다. 결승 상대는 대회 3연패를 노린 중국 1위 딩하오였다. 신진서와 박정환 모두 실수가 있었고 딩하오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지만, 그들 모두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상대는 아니었다.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뒤 랴오위안허는 “30년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삼성화재배에서 인생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대회가 열린 제주도에 관한 인상을 물었을 때는 “풍경도 좋고 음식도 좋고 다 좋았다. 결승전 1국이 열린 글라스하우스는 바다가 바로 보여 정말 좋았다”며 “내년에도 제주도에서 삼성화재배가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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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삼성화재배 우승자 랴오위안허(왼쪽)와 준우승자 딩하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회 3연패를 노렸던 딩하오는 분루를 삼켰다. 감기에 걸려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도 결승까지 오르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화재배 3연패를 달성하면 ‘딩하오 시대의 개막’을 선언할 수도 있었는데, 컨디션 조절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중국이 3년 내리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한국과 중국의 삼성화재배 우승 횟수는 14회로 같아졌다. 2022년 신진서와 최정의 결승전 이후 3년간 한국은 삼성화재배 결승 무대도 밟지 못했다. 2014년 김지석의 우승 이후 한국은 3회 우승한 반면, 중국은 9회 우승했다. 최근 12년간 삼성화재배는 사실상 중국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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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삼성화재배가 중국 랴오위안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사진은 시상식 장면. 왼쪽부터 백송호 삼성화재 부사장, 우승자 랴오위안허,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해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에 한국은 10명, 중국은 18명 진출했다. 한국 12명, 중국 16명이 본선에 올랐던 지난해보다 출발이 더 안 좋았다. 하여 올해는 대진 추첨 방식을 바꿨다. 중국 선수가 월등히 많은 상황이 되풀이되자 국가별 안배 규칙을 없애고 무작위 추첨으로 대체했다. 중·중 간 매치업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조처였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32강전에서 중·중 간 매치업이 네 건 성사됐다. 예전 방식이면 두 건만 가능했다. 그럼에도 결승전은 3년 연속 중·중전이 벌어졌다. 30대 베테랑 김지석·박정환이 4강까지 오른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지난해는 4강을 중국이 다 차지했었다.

최근 들어 신진서는 삼성화재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이후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재작년엔 4강에서 탈락했고, 작년엔 8강, 올해는 16강에서 탈락했다. 대회를 거듭할 수록 성적이 떨어진다. 올해는 삼성화재배를 앞두고 대국 수를 줄이며 컨디션을 조절했으나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2025 삼성화재배에서 얻은 교훈은 이렇다. 중국에 신진서보다 강한 선수는 없다. 그러나 신진서를 가끔 이길 수 있는 선수는 많다. 이번에는 13위 랴오위안허의 차례였을 뿐이다.

2025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했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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