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력 사망' 법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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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벨기에의 한 병원에서 프랑스 시민권자인 리디 임호프가 안락사를 당한 후 전직 의사이자 간병인인 데니스 루소가 그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다. 43세였던 리디 임호프는 출생 시 뇌졸중으로 인해 편마비와 실명을 앓고 있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료 전문가의 동의하에 환자가 직접 약물을 투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 '조력 사망'(assisted dying)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10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프랑스 일간 라 크루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조력 사망에 관한 법안을 5월 중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판단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고, 단기·중기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불치병을 앓고 있으며,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성인에게만 “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미성년자나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는 제외된다.

조력 사망이 법제화되면 의료 전문가 동의 시 환자에게 치명적인 물질이 처방되고 환자는 스스로 투여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 스스로 투여할 수 없는 경우 제3자의 도움을 받아 투여한다. 환자의 사망 조력 요청을 받은 의료 전문가는 15일 안에 응답해야 하고, 승인을 하면 3개월 동안 유효한데 그동안 환자는 조력 사망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의료 전문가가 조력 요청을 거부하면, 환자는 다른 의료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고 ‘정확한 기준’과 의학적 의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이나 안락사(euthanasia)라는 용어는 피하고 싶다”며 “이 법을 박애의 법, 즉 개인의 자율성과 국가의 연대를 조화시키는 법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무작위로 임명된 프랑스 시민 184명의 토론을 기반으로 작성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프랑스는 2005년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고 2016년엔 의사가 고통에 시달리는 말기 환자에게 강력한 안정제를 계속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의사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나, 환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조력 자살은 가톨릭 교계 등의 반대로 금지돼왔다.

일각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 자유를 헌법에 명문화한 뒤 이러한 구상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진보적 이슈로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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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방돔 광장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프랑스 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하는 기념식에서 셀카를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2002년 적극적 안락사 등을 합법화했다. 미국은 10여 개 주에서 의사 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에선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따라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의 연명의료를 거부할 권리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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