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대학 외국인 신입생 17%↓…놀란 트럼프 돌변 "유학생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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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제374회 졸업식이 열렸다. AFP=연합뉴스

9월 새학기가 시작된 미국 대학에서 외국인 신입생의 수가 전년보다 17%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한 수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유학생 비자 축소에 영향을 받아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교육원(IIE)이 미국 대학 825곳을 조사한 결과, 이번 가을학기에 첫 등록한 유학생 수가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대학 중 57%가 외국인 신입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비자 취득 관련 우려’(96%)가 가장 많았고, ‘여행 제한’(68%), ‘환영받지 못함’(67%), ‘사회·정치적 환경’(64%) 등을 꼽았다.

전체 유학생 수는 1% 감소했다. 이는 졸업 후 취업 프로그램(OPT)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포함한 수치다.

신입생 수가 감소는 앞으로 유학생 수가 줄어 들 거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클레이 하먼 국제입학관리협회(AIRC) 전무이사는 “향후 몇 년간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으며 2026년과 2027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새 학기 전 학생비자 6000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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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3일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일부 졸업생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을 지지하는 의미로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조사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의 효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반유대주위 시위의 주동지로 지목했다. 시위 참여자 뿐만 아니라 교통 위반을 저질렀다는 이유로도 학생비자를 대거 취소했다. 국무부는 8월 6000건이 넘는 학생비자를 취소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다.

지난 5월에는 학생비자 신청자들의 소셜미디어(SNS) 심사를 강화한다며 인터뷰 일정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15% 넘지 않는 대학들에 연방 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해 논란이 커졌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유학생들의 타격이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약 120만명 중 절반 이상인 62만9000명이 인도와 중국 출신이었다. 인도가 30%로 가장 많았고, 중국(23%)과 한국(4%)이 뒤를 이었다. 이번 학기를 앞두고 7월 인도와 중국 유학생 입국자 수는 전년보다 각각 46%. 26% 줄었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의 한 유학생은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영국 런던정경대(LSE)에 진학했다. 또 다른 파키스탄 유학생은 예일대에 합격하고도 비자 발급이 거부돼 입학을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한다. 인도와 중국 중심이었던 미국 유학 시장이 유럽과 중동 위주로 재편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트럼프 “유학생 줄이면 대학 절반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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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학생 감소는 대학 재정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는 신규 유학생 감소로 미국이 약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통상 유학생들은 대학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학비 전액을 부담하기 때문에 미국 대학의 주요 수입원이다.

H1-B 비자 수수료 인상도 대학들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교수의 상당수가 H-1B 비자 소지자이고, 유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등교육과 이민을 위한 대학 총장 연합’의 미리엄 펠드먼 사무총장은 “취업할 길이 없다면 학생들이 애초에 (미국 대학에) 지원할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의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입장을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서 유학생을 받아왔다. 이를 절반으로 줄이면 누군가는 기뻐할 수 있지만 미국 내 대학 절반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중국인 유학생 최대 60만명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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