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흥 돋우는 제천의식, 굿을 재해석한 국악관현악의 '넥스트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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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는 대체로 서양 악기들로 이뤄진 연주를 연상시킨다. 1965년 탄생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전통 음악을 정체성으로 한 악단이다. 단순한 전통 음악 계승을 넘어 서양 악기나 전자음과의 조화 등을 통해 창작 국악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최초 상주 작곡가 이고운, 김현섭.(왼쪽부터) 사진 세종문화회관
올해 60주년을 맞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전통 음악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K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오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믹스드 오케스트라 ‘넥스트 레벨’ 공연을 통해서다.
이번 공연에선 이 단체의 상주 작곡가 이고운(36)과 김현섭(34)의 신작이 초연된다. 이고운은 고대의 제천의식을 모티브로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집단의식을 현대 관현악 어법으로 재해석한 ‘무천’을 선보인다. 김현섭은 굿과 무당의 서사를 음악으로 재해석한 ‘대안주’를 내놓는다. 둘 다 전통 제의(祭儀)를 소재로 다뤘다.
지난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이고운은 “‘무천’에 대한 짧은 기록에 등장하는 제의와 춤과 노래에 매료돼 음악으로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천 의식 동안에는 권력층과 비권력층의 구분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관객들이 직접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섭은 “굿의 매번 달라지는 형식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창작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굿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남을 해치는 주술의 의미는 없고 타인의 복을 빌어주고 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걸 음악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비슷한 소재의 국악관현악 곡이지만 둘의 음악 활용 방식은 판이하다. 이고운은 ‘무천’에서 서양 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섞인다는 것은 이미 예술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라며 “속도의 문제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 만큼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섞였을 때 나오는 새로운 미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현섭과 이고운(왼쪽부터)은 굿과 제천의식을 소재로 한 국악관현악 신곡을 선보인다.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믹스드 오케스트라 '넥스트 레벨' 공연을 통해서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반면 김현섭은 서양악기 사용을 배제했다, 그는 “서양 악기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게 부러웠다”라며 “국악 관현악에서 서양 악기가 좋은 역할을 하지만, 서양 악기를 완전히 배제했을 때 어떤 연주가 나올지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둘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첫 상주 작곡가다. 이 단체는 올해 작곡가와 장기적이고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상주 작곡가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상주 작곡가는 모두 3명으로 나머지 1명은 클래식 작곡가 이하느리(19)다.
이고운은 지난 2019년 제31회 온나라국악경연대회 작곡 부문 금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등과 협업하며 국악에 현대적 해석을 더해왔다. 김현섭은 지난 2023년 제42회 대한민국작곡상 우수상과 김해가야금경연대회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화성시예술단 예술감독에 재직 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인 둘은 상주 작곡가가 된 이후 서울시관현악단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눈다고 했다. 이고운은 “‘넥스트 레벨’에 대한 해답을 알고 활동을 하는 예술가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그런 성과가 모였을 때 진화한 어떤 것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국악이 서양 음악과는 결이 다른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섭은 “서양 음악과는 결이 다른 국악만의 독특한 음색이 있다”며 “특히 국악기는 서양 악기가 따라 할 수 없는 특유의 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은 “국악에서 음은 정제되지 않고 그 자체로 살아있는 소리”라며 “또 한국 특유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흥이 국악에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믹스드 오케스트라 ‘넥스트 레벨’ 공연 포스터. 사진 세종문화회관
오는 21일 ‘넥스트 레벨’ 공연의 문은 ‘만춘곡’이 연다. 1939년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봄의 생명력과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과 장석진 작곡가가 협업한 거문고 협주곡 ‘액시엄’도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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