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형, 딱 보니 되는 사건이야" 33세 검사 한동훈과 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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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론스타 그날
」제1회
」형, 이거 할 수 있어. 딱 보니까 되는 사건이야.
무거운 공기층이 경쾌한 파열음에 터져나갔다. 2006년 9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실에 두꺼운 서류 뭉치가 도착한 직후였다. 그걸 일별한 뒤 ‘형’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에게 호언장담을 늘어놓은 이는 33세의 젊은 검사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이었다.
그해 봄 벚꽃 망울이 채 터지기도 전에 시작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이하 론스타 수사)는 계절이 두 번 바뀌어 잎새가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할 때까지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침잠(沈潛)해 있었다.
윤석열(전 대통령), 조상준(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이복현(전 금융감독원장), 오광수(전 민정수석 내정자) 등 중수부의 거의 모든 인력이 총동원돼 ‘재세동’에 나섰지만 느려진 심장박동은 좀처럼 제 속도를 되찾지 못했다. 무수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계좌추적을 통해 사안의 큰 그림은 그려냈지만 끝내 ‘돈’이 나오지 않았다. ‘중수부 완패’라는 악몽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때 음지 한편에서 은밀하게 영근 사건 하나가 중수부로 되돌아왔다. 6개월 전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했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었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말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자회사인 외환카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외환카드 2대 주주였던 미국 사모펀드 올림푸스캐피탈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로 한 바로 그날(11월 20일) 론스타는 외환은행 이사회를 열고 ‘외환카드 합병 추진’ 결의를 했다. 카드 주주 입장에서는 명백한 호재였고, 외환카드 주가는 5400원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이달용 외환은행장 대행이 외환카드 감자(減資)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주가는 연일 폭락하더니 26일 2550원까지 주저앉았다. 그런데 27일 주가가 갑자기 반등해 2930원이 되자 론스타는 다음 날 급히 이사회를 열고 “감자 없이 합병하겠다”고 선언했다. 외환카드 합병 기준 주가는 전날 종가인 2930원으로 고정됐다.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싸게 합병하기 위해 허위로 감자 의사를 밝혀 주가를 떨어뜨린 뒤 기습 합병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2025년 11월 18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완승을 거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한동훈 등이 바로 이 의혹을 입증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이다.)
냄새는 풀풀 났지만 그걸 입증하는 것, 그리고 론스타의 관여 사실을 증명해 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실제 감자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과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론스타 측 주장이 허위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길은 명백한 증거의 확보밖에 없었다.
형사9부 출신 ‘금융통’ 한동훈에 배당
당시 중수부는 장고(長考) 중이던 중수2과의 론스타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2006년 8월 말 중수1과 인력들을 통째로 투입했다. 그러나 인해전술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불법의 물증은 잡히지 않았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자료가 검찰에 되돌아올 당시의 상황은 이처럼 상당히 암울했다. 아무리 한동훈이 서울지검 형사9부 시절 SK수사의 주역이었던 금융통이라 해도 그의 호언장담에 쉽게 고개를 끄덕거릴 분위기가 아니었다.

2003년 3월 11일 SK 1차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장에서의 한동훈(맨 왼쪽)과 이동열(왼쪽 세번째). 두 사람은 서울지검 형사9부에 함께 몸담으면서 SK 1차 수사 성공에 크게 일조했다.
이동열과 한동훈이 기초자료 검토를 마친 뒤 주목한 건 론스타도, 외환은행도, 외환카드도 아닌 론스타의 재무자문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하 씨티증권)이었다. 론스타 직접수사가 여의치 않았던 만큼 론스타와 ‘작전 모의’한 곳을 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큰 서류 상자로 10개 분량에 달하는 자료를 확보했다. 대부분 영어 자료였다. 한동훈이 또 나섰다.
형, 우리 다섯 상자씩 나눠서 번역합시다.
거기서 ‘왕건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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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딱 보니 되는 사건이야” 33세 검사 한동훈과 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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