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옥죄는 ‘엡스타인 파일’…공개 법안, 상원 만장일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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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뉴욕의 부동산 사업가로 있던 1997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헤지펀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찍은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루 의혹을 받아 온 ‘엡스타인 사건 파일’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이 18일(현지시간) 미 연방 의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미성년 성착취범 엡스타인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옥죄어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날 미 하원은 미성년 성착취 혐의로 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숨진 채 발견된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가결 처리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조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깝다. 유일한 반대표는 자타 공인 트럼프 열혈 지지자 클레이 히긴스 의원 뿐이다.
하원 427대1…상원 만장일치
민주당 로카나 의원과 공화당 토머스 매시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곧바로 상원에서도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하원에서 법안이 도착하는 즉시 통과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19일 중 상원으로 법안이 정식 송부되면 상원의 별도 표결없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게 될 전망이다.

미국 하원이 18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미성년 성착취 혐의로 복역 중 숨진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지난 7월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수사 종료를 선언하면서 수사 기록에 별다른 내용이 없고 개인 정보라는 점을 이유로 파일 공개는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에 대해 적어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 등이 담긴 엡스타인 이메일이 지난 12일 민주당에 의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다시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동조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있다면 “사기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비판하는 등 사태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MAGA서도 파일 공개 요구
그런 트럼프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지난 16일부터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이탈이 속출하면서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의 통과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했다.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 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 일부에서도 기득권 엘리트 집단의 거악 척결을 주장하며 파일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적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서명하겠다고 한 상태다. 그는 법안의 상원 통과가 유력시될 즈음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상원이 오늘 밤이든, 가까운 미래든 언제 통과시키더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트럼프 “엡스타인과 난 무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양자 회담을 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이날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가진 양자 회담 도중 취재진으로부터 받은 관련 질문에는 “엡스타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난 그가 역겨운 변태라고 생각해 오래전 내 클럽에서 쫓아냈다”며 “엡스타인 이슈는 민주당의 사기”라고 했다.
해당 법안은 법무부가 가진 엡스타인 관련 문서·통신·영상 전부를 검색 및 다운로드 가능한 형태로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피해자 보호 및 기밀 정보를 위한 예외 조항을 두어 실제 공개 범위는 일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엡스타인은 뉴욕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정계·재계·문화계 등을 아우르는 사교계 거물로 유명했다. 2019년 미성년 성착취 혐의 등으로 체포돼 복역 중 숨진 채 발견된 이후 성접대 리스트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와 가깝게 교류했던 만큼 수사 자료가 전면 공개될 경우 미 정치권을 강타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4~17일 실시돼 18일 발표된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8%로 집권 2기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엡스타인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불만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 초 조사에서 나온 지지율 40%에서 2%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놓고 로이터는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물가 관리, 제프리 엡스타인 조사 관련 처리에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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