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d 단조의 샤콘과 푸가(BWV 1178)’와 ‘g 단조의 샤콘(BWV 1179)’ 악보 일부. 사진 벨기에왕립도서관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넘어선 마법과 같은 일”, “음악계의 위대한 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가 18세 무렵인 1705년경 남긴 오르간 작품 두 곡이 320년 만에 정식 공개되자, 볼프람 라이머 독일 문화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이렇게 평가했다.

바흐 아카이브 대표이자 네덜란드 출신 오르간 거장인 톤 쿠프만은 이날 바흐가 묻힌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열린 바흐 아카이브의 75주년 기념식에서 이 두 곡을 초연했다. 기념식에는 볼프람 라이머 독일 연방 문화부 장관, 부어카르트 융 라이프치히 시장 등이 참석했다. 연주는 바흐 아카이브의 유튜브 생중계됐고. 악보는 발표와 동시에 브라이트코프 & 헤르텔(Breitkopf & Härtel)에서 출판됐다.

공개된 작품은 각각 ‘D 단조의 샤콘과 푸가(BWV 1178)’, ‘G 단조의 샤콘(BWV 1179)’다. 두 곡은 이날 바흐의 공식 작품목록(BWV)에 새로 편입됐다고 DW통신이 전했다. 샤콘은 원래 스페인에서 유래한 무곡으로, 반복되는 베이스 선율 위에 변주가 쌓여 만들어졌다. 종종 죽음과 부활을 주제로 전개되는데 다소 엄숙한 분위기와 매혹적인 선율이 특징이라고 슈피겔이 전했다.

이 두 곡은 사실 1992년 벨기에 왕립도서관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30세의 박사과정생 피터 볼니(현 바흐 아카이브 소장)는 이 악보가 바흐 특유의 구조와 음악 양식적 장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바흐의 작품일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한다. 다만 필사본에 서명과 날짜가 없어 공식적으로는 작자 미상의 악보로 남아 있었다.

수수께끼는 바흐가 아른슈타트에서 활동하던 시기 제자였던 살로몬 귄터 요한의 구직 편지가 발견되면서 풀렸다. 이 편지의 서체를 통해 작자 미상의 악보는 제자인 살로몬 귄터 요한이 1705년 바흐의 지도 아래 필사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열린 바흐 아카이브 라이프치히 75주년 기념 축제에서 (왼쪽부터) 볼프람 라이머 독일 문화부 장관과 피터 볼니 바흐 아카이브 소장, 부어카르트 융 라이프치히 시장이 바흐의 오르간 곡 악보 인쇄물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30여년간 이 악보의 작곡가를 추적하던 볼니는 “오랫동안 찾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 이제 두 작품이 바흐의 초기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곡이 당시 다른 작곡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복잡한 대위적 흐름과 변주 기법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바흐만의 스타일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음악계는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초연을 맡은 쿠프만은 AFP통신에 “젊은 바흐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고난도이자 생동감 넘치는 레퍼토리”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전 세계 오르가니스트들이 장기적으로 연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흐 전문가인 안젤라 휴이트 역시 가디언에 “바흐 초기 스타일의 상상력과 풍성함, 연주의 즐거움이 가득한 상당한 작품”이라며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악보는 바흐 아카이브에 보관된다. 바흐 아카이브는 75년간 바흐의 작품들을 발굴해왔다. ‘Wo Gott der Herr nicht bei uns hält(주님께서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 곳)’ 악보와 바흐가 생전 당시 토마스소년합창단을 위해 만든 합창 칸타타 원본 일부 등 수많은 바흐 작품을 보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