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절차적 위반 파고들었다…론스타 소송 180도 뒤집기 막전막후
-
8회 연결
본문
한국 정부가 지난 18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약 4000억 원 규모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 판정을 취소시키는 데 성공한 배경에는 중재판정부가 절차적 기본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ICSID가 2022년 기존 판정 중 론스타 일부 승소 부분을 ‘절차 위반’을 이유로 취소한 만큼 론스타가 “한국 정부 책임을 다투겠다”며 다시 국제투자분쟁(ISDS) 절차를 제기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한다.
법무부는 1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ICSID 론스타 사건의 취소 절차에서 승소 취지 결론을 끌어낸 과정과 논리를 설명했다. 이번 취소심 실무를 총괄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론스타가 애당초 청구했던 천문학적인 청구 금액 약 6조 9000억원을 0원으로 만든 쾌거”라며 “이번 사건은 ISDS 취소 절차에서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이 취소된 최초의 사례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약 7조원의 막대한 배상 청구를 중재 판정의 취소절차까지 가서 전부 반환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결정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 국장은 정부가 취소심에서 제기한 핵심 논점으로 기존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와 무관한 하나금융–론스타 간 2019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문을 한국 정부의 책임 인정 근거로 인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앞서 ICSID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2억1650만 달러(청구액의 약 4.6%, 당시 환율 2858억원)와 이자(185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하면서 2019년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ICC 중재판정문을 주요 근거로 채택했다. 해당 결정문의 핵심 내용은 “하나금융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승인 조건으로 가격 인하 지시를 받았을 수 있다”는 취지다.
정 국장은 “정부는 취소소송 절차에서 ‘ICC 사건은 한국 정부와 론스타 ISDS 분쟁과 다른 완전히 별개의 사건이고, 한국 정부는 ICC 사건 절차에 참여할 기회도 전혀 보장받지 못했기에 이번 판정에 고려돼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했다.
취소위원회는 결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위원회는 중재판정부가 “한국과 무관한 ICC 상사 중재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하고, 이를 근거로 국가 책임을 섣불리 인정한 것은 국제법상 근본적인 절차 규칙인 적법절차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966년 ICSID가 출범한 이후 올해 6월까지 제기된 취소 신청 가운데 일부라도 인용된 사례는 약 5%에 그친다.

정부-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일지 그래픽 이미지.
정 국장은 “ISDS 취소위원회가 론스타의 취소 신청은 기각하면서 우리 정부의 완승을 인정했다”며 “수조 원 규모의 국부 유출을 차단하는 쾌거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론스타 “새 판정부에 다시 제기…배상금 전액 받을 것”
다만 론스타는 ICSID 결정 직후 “새로운 판정부에 이 사건을 제기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새 판정부는 한국의 불법 행위를 인정해 배상금 전액을 지급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혀 불복 소송을 예고했다.
법무부는 론스타가 다시 ISDS를 제기하더라도 이번에 취소된 약 4000억 원 규모 배상 부분에 한정해 다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론스타가 처음 제기한 46억7950만 달러 중 중재판정부가 이미 한국 정부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95.4% 부분에 대해선 론스타의 취소 신청이 기각된 만큼 동일 사안을 다시 제기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정 국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법무부 ‘탈검찰화’ 논란도 언급했다. 정 국장은 “로스쿨에서 국제거래법과 국제 중재를 강의하는 교수였다가 법무부에 2년 전에 임용됐다”며 “국제법무국에서 10여명 남짓 검사들과 부대끼며 일해보니 검사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아주 소중한 공복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투철한 사명감과 확고한 공적 마인드와 아울러서 객관적인 실력을 무장한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 정부의 전사다”며 “검사를 법무부에서 내보내야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이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리는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