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면 보건지소에 붙은 '휴진' 안내문…공보의 차출에 지역의료 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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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충남 논산시의 한 면 단위 보건지소 앞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해당 보건지소에서 일하던 공중보건의 1명이 도내 종합병원으로 파견되며 이 보건지소는 현재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공중보건의사(의과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공보의 부재로 인한 지역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격오지 주민이 겪을 의료공백 문제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문 닫은 보건지소…공보의 투입에 지역 의료 비상

정부는 1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날부터 한 달간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 총 158명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파견되는 공보의 138명 가운데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이다. 이들 중 약 40%에 해당하는 52명은 머물던 지역을 떠나 이른바 ‘빅5’ 병원을 포함한 서울 내 병원으로 파견된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로 인력 투입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일부 시·도 보건소에서 공보의가 파견 나오면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의료진을 순환 배치하는 등 2단계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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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충남 논산시의 한 보건지소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일부 지역에서는 공보의 차출로 이들이 일하던 보건소·보건지소 등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의과 공보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농어촌의료법)에 따라 군 복무 대신 3년간 보건의료 취약지역 등에서 일하는 의사 면허 소지자를 말한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일수록 공보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날 충남 논산시보건소 산하 면 단위인 가야곡보건지소에는 ‘휴진사유: 의료기관 비상진료 지원 공중보건의사 파견’이라는 문구가 적힌 휴진 안내문이 붙었다. 해당 보건지소 관계자는 “공보의 1명이 다른 병원으로 파견되며 진료가 다음 달 5일까지 불가능해졌다”며 “오늘도 예방접종 문의를 하러 온 주민 1명이 발길을 돌렸다”고 전했다.

지역 근무 중인 공보의 A씨는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전공의 집단이탈로) 지역 의료에 봉사 중인 공보의를 차출해 대학병원을 채우고 있다”며 “농어촌 지역의 의료 공백이 더 커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 지역 보건의료원 관계자는 “당직 근무 등 공보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그 공백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파견 공보의가 배치되는 지역이 사실상 서울에 집중되면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부족한 건 지방 의사였나 아니면 대도시 대학병원 의사였나”라는 일부 의사들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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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충남 논산시의 한 보건지소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공보의가 빠진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보의 24명 가운데 4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등으로 파견된 경기도 연천군 보건의료원 측은 “나머지 인력이 빠듯하게 돌아가며 업무를 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공보의가 다른 지역으로 파견되지 않도록 정부 측에 건의했다고 한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은 “공보의가 빠져나가면서 지역의료원 응급실 업무를 일반의가 맡게 됐고, 문을 닫게 된 보건소도 있다”며 “그 지역 의료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보의가 원래 하던 업무와 파견 병원에서 맡게 될 업무가 서로 달라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의협은 “전혀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던 공보의·군의관 인력이 파견됐을 때 업무에 손발이 맞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고려되지 않았다. 의료 현장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통제관은 “공보의 등은 이틀 동안 현장 교육을 거쳐 오는 13일부터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주 중 필요에 따라 공보의 약 200명을 더 파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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