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군 절반 축소·핵심 무기포기·러시아어 공용어”…미·러의 새 비밀 종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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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비밀리에 마련한 새 평화안 초안이 나왔다. 대부분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요구하는 내용인 탓에 이 초안으로 종전 협상이 진행될 진 미지수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양측 전·현직 당국자가 참여해 만든 28개항 초안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전역(현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인 지역 포함)을 러시아에 넘기고, 군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며, 서방의 장거리 무기 등 핵심 무기 체계를 포기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영토권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가 통제권을 러시아에 양도하지만 법적 소유권은 유지하고, 대가로 러시아는 임대료를 지불한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또한 미국의 군사 지원 축소, 외국군 주둔 금지, 러시아어의 공식 언어 지위 인정, 러시아 정교회 우크라이나 지부의 공식 지위 부여 등도 이 초안에 포함됐다고 한다. 이는 “러시아 크렘린의 오랜 정치·안보 목표를 거의 최대치로 반영한 조항”이라고 FT가 짚었다.
전날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측과 28개 항목을 비밀리에 논의 중이며 우크라이나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했다(악시오스)”는 보도가 나왔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4~26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가 비밀리에 미국에서 만나 이 초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트코프 특사가 이번 주 미국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초안을 전달했다고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양자 회담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평화안 수용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전쟁이 계속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결국 영토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협상에 나서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이익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 틀을 수용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미국이 러시아와 협의한 종전 프레임을 전달받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초안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양보가 요구되는 초안인 만큼, 우크라이나가 이 초안을 받아들일 진 미지수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이 최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시점에서 이런 대규모 양보를 받아들인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실제 평화 회담을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서 초안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쟁종식엔 미국의 효과적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미국 역할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도 키이우인디펜던트에 “워싱턴은 모스크바의 요구에 맞는 틀로 움직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 설치를 추진 중인 유럽 국가들도 불편한 눈치다.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목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러시아군 철수가 포함되지 않은 안에는 선을 그었다고 FT가 전했다. 가디언도 “키이우의 항복을 토대로 하는 종전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백악관은 관련 논평을 내진 않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새로운 진전은 없다”는 대변인 성명만 밝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테르노필에서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아파트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히려 전황은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 제한을 해제하자 우크라이나는 처음으로 이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인 러시아 보로네슈 공격에 사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서부에선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인해 테르노필의 한 아파트 단지가 무너져 최소 26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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