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은 어떻게 ‘콩’으로 미국 휘둘렀나…남미로 공급처 다각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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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휘두른 가장 작지만 강력한 카드가 바로 ‘대두(콩)’다. 20일 홍콩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는 “대두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다”며 “중국의 변화하는 식량안보 전략을 시험하는 시금석이자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이라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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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대두 경작지에서 추수한 대두. AP=연합뉴스

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1억t의 대두를 수입한다. 전 세계 대두 교역량의 60%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대두는 주로 식용유와 가축용 사료로 가공된다.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 역시 중국이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2700만t의 대두를 중국에 수출했다. 전체 수출량의 45%다. 미국 측이 부과한 고율관세에 대한 보복조치로 지난 6월부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던 중국은 지난달 30일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야 구매를 재개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최대 소비국으로 거듭나게 된 건 바로 미국 때문이다. 중국은 1995년까지 대두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비옥한 흑토 지대가 있는 헤이룽장성을 비롯한 동북 지역에서 대규모 재배가 이뤄졌다. 그러나 미국의 설득으로 중국이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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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브래스카주의 대두 경작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1999년 체결한 미·중 농업협력협정과 WTO 가입 의정서에 따라 농산물 관세를 평균 17%로 낮췄다. 대두 관세는 3%까지 절감됐다. 정풍톈 베이징 인민대 교수는 SCMP에 “중국은 쌀,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에 대한 자급자족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당시 수확량이 낮았던 대두를 개방했다”고 말했다.

점차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육류 소비가 폭증하고, 이에 따라 가축 사료인 대두박(식용유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대두 수입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식물성 기름인 대두유도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소비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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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로 마음먹은 건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인 2018년 1차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다. 중웨이 중국 농업과학원 연구원은 SCMP에 “사람들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을 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대두를 무기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오늘날 대두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을 위한 무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듬해부터 중국은 대두 재배를 확대하고 고효율 품종 육성에도 힘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대두 생산량은 2018년 1600만t에서 지난해 2065만t으로 29%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수입 물량의 약 20% 수준에 불과해 완전 자급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SCMP는 “국내에서 모든 대두를 생산하려 하면 주식 곡물 재배 면적을 잠식해 오히려 식량 안보를 위협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중국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으로 공급처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브라질산 대두가 전체 중국 수입량의 85.5%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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