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때리며 "독도는 한국땅"…중국의 韓·日 '반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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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발언 후 연일 대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중국이 한국을 향해서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역사문제 등 한·일 간 민감한 이슈를 부각시켜 일본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이같은 전략적 ‘역사 공조’ 시도에 일본이 경계하고 있다.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앞줄 오른쪽)이 주머니에 손을 놓은 채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이 중국 관영매체에 올라왔다.AF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24일 마카오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담을 연기한다고 18일 한국에 전달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일본 지도자가 대만을 둘러싸고 공공연히 잘못된 발언을 함으로써 중국 국민들의 정서를 건드렸다”며 “이는 중·일·한 3국 협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유사시 발언이 한·중·일 문화장관 회담 연기로 이어졌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중국 공산당 계열 매체인 환구시보 기자는 지난 17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4일 일본 정부가 도쿄의 ‘영토·주권전시관’의 추가 공간을 개방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최근 일본의 악질적인 언행이 주변국의 경계와 불만, 항의를 불러오고 있다”며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평화 노선을 확고히 지키며, 행동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굳이 한·일간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고, 중국 외교부가 이를 역사 문제로 연결해 답변한 셈이다. 중국 인민일보 일본어 홈페이지에는 해당 문답을 “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AI서비스도 19일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표기하며 중국 정부와 궤를 같이 했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그간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다투는 섬으로 단순·건조하게 표기했었다.
중국이 한국에 우호적으로 돌변한 건 중·일관계가 악화하면서 한·일간에 묵은 역사 갈등을 재점화하려는 계산이 있다. 나아가 한·미·일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중국은 이전에도 과거사를 공통분모로 한국과 밀착해 대일 공동전선을 구축한 적이 있다. 2013~2015년 당시 중·일 관계는 센카쿠열도 문제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악화했고, 한·일 관계 역시 위안부 문제 등으로 경색돼 3년넘게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했다.
중국은 이런 구도를 활용, 한국을 견인하기 위한 매력 공세를 펼쳤다. 2013년 방중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안중근 의사를 기념할 수 있는 표지석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중국은 이듬해 하얼빈역에 아예 안중근 기념관을 개관하며 통 크게 화답했다. 중국 정부는 “안중근은 중국에서도 존중받는 항일 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7월 국빈방한한 시 주석은 박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아베 내각이 고노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하는 데 유감을 표명하고, 위안부 문제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2015년 ‘항일전쟁 승리 및 한반도 광복 70주년’을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 미국 동맹국 정상으로선 유일하게 참석했다.
지난 1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화통신은 지난달 28일 당시를 떠올리는 기사를 배포했다. 2014년 시 주석이 서울대 연설에서 “임진왜란 당시 양국군민 연합과 항일전쟁에서의 두 나라의 생사를 건 연대”를 언급한 대목을 다시 소개한 것이다.
중국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어온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애초부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왔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언급 이전부터 이미 한국과 역사 문제를 매개로 일본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에 일본은 한·일 공조를 강화해 과거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 대해 “따뜻하게 맞아줬다”고 평가하며 “현 국제 정세 속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리더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과거 비판했던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밝히는 등 한·일 갈등 요인을 피하는 모습이다.
최근 자위대와 한국군 간 협력·교류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지만, 2018년 초계기 갈등 당시처럼 한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류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카이치 정권은 중국과 한국을 명확히 구분해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는 유지·강화하려는 의지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한한령’을 겪은 한국에서 반중 여론이 강해진 반면, 한·일 양국 민심은 최근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10여 년 전과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게이오대 교수는 “일·중 긴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셔틀 외교 등을 통해 현 일·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내년 초 개최를 목표로 했던 일·중·한 정상회의 실현을 위해서도 일본은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한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잇따른 한·일 군사 교류 중단에 대해서도 “영유권 문제가 걸려 성사되지 못한 것일 뿐, 일본의 한국에 대한 안보 협력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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