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계단식 규제 343개에 법인세는 상위권…재계 “성장 페널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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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 발목잡는 규제. 챗GPT 이미지 생성
한국은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규제와 부담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적 성장 페널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인세 유효세율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9위를 기록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韓만 기업 커질수록 규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23일 발표한 ‘주요국의 기업 규모별 규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자산·매출 규모에 따라 의무를 단계적으로 더하는 ‘기업규모별 차등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은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상장 여부나 지배구조, 공시와 회계 같은 법적 지위나 행위 기준을 중심으로 규제를 설계한다. 반면 한국은 상법·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외부감사법 등 주요 경제법 전반에서 자산총액·매출·종업원 수 등 정량 기준을 중심으로 기업을 구분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의무가 계단식으로 누적된다는 것이다.

김영옥 기자

신재민 기자
김영주 부산대 무역학부 교수 연구팀이 국내 법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계단식 규제’는 12개 법률에 총 343개가 존재했다. 김 교수는 “영미권은 규제 목적상 기업을 대·중·소로 세분해 누적 규제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규모 기준 규제가 여러 법에서 중복 적용되는 독특한 구조여서 기업 성장에 구조적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자본회사를 소·중·대규모로 구분하긴 하지만 이는 재무제표 작성·공시 목적에 한정된 기술적 기준일 뿐이고, 일본 역시 자본금 5억엔 이상을 ‘대회사’로 규정하되 이를 다시 규모별로 나눠 추가 의무를 부과하는 체계는 없다.
한국 법인세 유효세율 OECD 9위
세금 부담도 상위권이었다.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법인세 유효세율 국제비교’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유효세율은 명목 최고세율(지방세 포함)뿐 아니라 공제제도, 물가나 이자율 같은 거시지표를 반영한 예상 부담 수준이다. OECD 평균(21.9%), G7 평균(24.1%)보다 높을 뿐 아니라 중국(23.0%), 인도(24.0%), 싱가포르(16.1%) 등 아시아 주요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6년간 상승폭도 두드러졌다. 2017년 이후 한국의 유효세율은 1.9%포인트(p) 올라 영국·튀르키예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효세율이 상승한 국가는 OECD 38개국 중 10개국에 불과했고, 21개국은 오히려 세부담이 줄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순위는 2017년 19위에서 2018년 12위, 2019년 11위, 2020년 10위로 상승해 2021년부터 9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0%대 저성장 국면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적 부담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고성장기에 도입된 규모 기준 규제는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성장 정체기에는 오히려 기업의 확장 인센티브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노동 규제 강화, 해외 직접투자 증가 등으로 국내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경쟁국 수준의 세제 환경 조성과 기업 활력 제고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9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한국 경제 성장 둔화의 근본 원인으로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지목했다. 그는 “성장을 할 인센티브는 별로 없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환경이 됐다”며 “이를 없애지 못하면 경제 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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