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극과 극은 통한다?…물고뜯던 트럼프∙맘다니 ‘기묘한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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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과 악수하며 친근감을 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말 훌륭한 (뉴욕)시장을 맞이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새 시장이 잘할수록 저 역시 더 기쁠 것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님께 감사한 것은 이번 만남이 뉴욕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통된 목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

2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의 첫 만남에서 둘이 보여준 ‘기묘한 브로맨스’가 화제다. 서로를 향해 “공산주의자” “파시스트”라고 물고 뜯었던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종 화기애애했다.

비공개 면담 후 두 사람이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 등장하는 장면부터 둘 사이에는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집무실 상징인 ‘결단의 책상’ 앞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부드럽고 여유 넘치는 웃음을 보였고, 옆에 선 맘다니 당선인은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 끝까지 ‘공손 모드’를 유지했다.

약 30분간 카메라에 노출된 두 사람과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하이라이트는 맘다니에게 던져진 곤혹스런 질문이 나왔을 때다. 맘다니는 공개 회동 초반 한 기자로부터 “며칠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라 칭하고 파시스트적 의도를 지녔다고 비난했다. 철회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과 저 모두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매우 명확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느긋한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저는 독재자보다 훨씬 심한 말도 들어봤으니 그다지 모욕적이지 않다. 함께 일하다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말을 보탰다.

트럼프 “파시스트 발언? 괜찮다”

맘다니의 다소 모호한 발언에 다른 기자가 “둘 사이에 입장과 견해차가 분명하다는 답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파시스트라고 확인하는 것인가”라고 거듭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며 “괜찮다. ‘예’라고 해도 된다. 나는 상관없다”고 말하면서 맘다니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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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친환경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에게 또 다른 기자가 왜 기차 대신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 DC로 이동했느냐고 묻자 이번에도 ‘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맘다니) 편이 돼 드리겠다. 비행기로 30분이면 가는데 운전하면 훨씬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감쌌다. 트럼프가 앞장서 맘다니의 위기 탈출을 돕는 장면이 잇따라 나온 것이다.

맘다니도 두 손 모은 채 ‘공손모드’

트럼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오던 맘다니도 계속해서 덕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맘다니는 “대통령과 협력해 뉴욕 생활비 부담 완화 정책으로 뉴욕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뉴욕시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하느냐”는 한 언론 질문에 “최근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뉴욕시민이 더 많았다. 생활비 문제에 대한 (그의) 집중 덕분이었다”고 우호적인 평을 내놨다.

미 현지에선 예상외 ‘케미’를 보여준 이번 회동이 둘 모두 실리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의 공공안전과 주거비 부담 등 현안에서 연방정부와의 협력이 불가피한 맘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의 아이디어 중 상당수는 내 생각과 일치한다. 핵심은 ‘지출 여력’(affordability)”이라는 답변이 나온 이번 회동을 통해 핵심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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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는 동안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며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맘다니 모두 ‘남는 장사’

그간 다소 거친 언사와 함께 ‘일방주의적 지도자’ 이미지가 강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대형 정치 이벤트를 통해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이 많다. 자신과는 정치 성향이 180도 다른, 사상 첫 무슬림 뉴욕시장 당선인과 만나 “그가 잘할수록 나도 더 행복하다”고 하는 등 통 큰협치 지도자 면모를 한껏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맘다니로서는 연방 예산 지원 중단이나 주방위군 투입 등 뉴욕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적어도 당분간은 중단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뛰어난 정치적 책략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짚었다.

다만 ‘연출된 브로맨스’가 오래 가긴 어려울 거란 예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맘다니에 대한 공격이 대통령과 여당에 정치적으로 유용하다고 판명될 경우 더욱 그렇다”고 전망했다. 맘다니의 이번 당선에 크게 기여한 단체 미국민주사회주의자 지역지부 공동의장 그레이스 마우저는 “트럼프가 일관성 있거나 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뉴욕 관여 활동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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