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재환, 두산과 계산된 이별…'낭만 야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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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환(37)을 빈손으로 떠나보낸다. 두산은 26일 "KBO에 제출한 2026시즌 보류 선수 명단에서 김재환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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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최종전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하는 김재환. 사진 두산 베어스

충격적인 결과다. 김재환은 올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올 시즌 부진했던 김재환이 자진해서 두산에 남아 내년 시즌 팀과 동반 재도약을 노리기로 결심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 선택은 사실 '낭만'이 아니라 철저히 '실리'에 따른 결정이었다.

두산은 2021년 12월 김재환과 4년 최대 115억원(보장액 110억원)에 사인하면서 옵션 조항에 '계약이 끝난 2025시즌 뒤엔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하지 못하면 조건 없이 풀어준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시 두산은 내부 FA 김재환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는데, 김재환 측이 '타 구단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계약을 망설였기 때문이다. 결국 김재환이 금액 부분에서 한발 양보하는 대신, FA 재자격 취득 때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올해로 4년 계약이 끝난 김재환은 이 조항에 따라 FA 권리 행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두산도 보류 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인 지난 25일 밤까지 김재환과 재계약 협상을 이어갔다. 그래도 금액을 놓고 구단과 선수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양측은 끝내 결별을 선택했다.

김재환의 FA 등급은 'B'였다. 올해 FA 권리를 행사해 타 구단으로 이적했다면, 김재환을 영입하는 구단은 보호 선수 25명 외 보상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100%(10억원), 혹은 전년도 연봉의 200%(20억원)를 두산에 내줘야 했다. 그러나 이제 김재환에게 관심 있는 구단은 보상 선수나 보상금 출혈 부담 없이 자유롭게 그를 데려갈 수 있게 됐다. 김재환에게는 호재다. 30대 베테랑 FA들이 타 구단 이적을 추진할 때 늘 걸림돌이 되는 '보상 선수' 족쇄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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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의 두산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념사진. 사진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2008년 두산에 입단한 뒤 2016년 팀의 간판타자로 자리 잡았다.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2018년엔 홈런·타점왕을 석권하면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그러나 FA 계약 4년간 김재환의 성적은 타율 0.250, 홈런 75개, 26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8로 이름값에 한참 못 미쳤다. 지난해 136경기에서 홈런 29개를 치고 92타점을 올려 중심 타자의 위력을 되찾는 듯했지만, 올해 다시 13홈런·50타점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이미 그 기간 110억원을 지급한 두산은 김재환에게 더는 큰돈을 투자하기 어려웠다. 반면 유리한 조건을 일찌감치 확보해놓은 김재환은 '시장의 논리'를 따르기로 했다. 타 구단에서 10억원 더 많은 금액을 제의받고도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준 LG 트윈스에 남은 '옆집 주장' 박해민과 대비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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