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8년 두산맨 김재환, 마지막은 낭만 아닌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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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환(37·사진)과 결별했다.

두산은 26일 “KBO에 제출한 2026시즌 보류 선수 명단에서 김재환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김재환은 올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올 시즌 부진했던 김재환이 두산에 잔류해 내년 시즌 팀과 동반 재도약을 노릴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사실은 낭만적 전망과 많이 달랐다.

두산은 지난 2021년 12월 김재환과 4년 최대 115억원(보장액 11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당시 옵션으로 ‘만료 시점인 2025시즌 종료 후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하지 못하면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시 두산은 내부 FA 김재환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는데, 선수 측이 ‘타 구단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계약을 망설였기 때문이다. 결국 김재환이 금전적으로 한발 양보하는 대신, FA 자격 재취득 시점에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올해로 4년 계약을 마친 김재환은 이 조항에 따라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두산도 보류 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인 지난 25일 밤까지 김재환과 재계약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재계약 금액을 놓고 구단과 선수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양측은 결별을 선택했다.

김재환은 FA 시장에서 B등급에 해당한다. 올해 FA 권리를 행사해 타 구단에 이적했다면, 영입하는 팀은 ▶보호 선수 25명 외 보상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100%(10억원), 혹은 ▶전년도 연봉의 200%(20억원) 중 한쪽을 골라 두산에 내줘야 했다. 그러나 김재환이 계약 종료와 함께 시장에 나오면서 관심 있는 구단은 보상 선수나 보상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다.

김재환은 2008년 두산 입단 이후 2016년 간판타자 반열에 올랐다.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2018년엔 홈런·타점왕을 석권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하지만 FA 계약 이후 최근 4년간 김재환의 기록은 타율 0.250, 홈런 75개, 26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8에 그쳤다.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다. 지난해 136경기에서 홈런 29개를 치고 92타점을 올려 부활하는가 싶었지만, 올해 다시 13홈런·50타점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지난 4년간 110억원을 쏟아부은 두산 입장에선 더이상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웠다. 계약상 유리한 조건을 일찌감치 확보한 김재환은 구단의 뜻을 확인한 뒤 시장의 논리를 따르기로 했다. 타 구단에서 10억원 더 많은 금액을 제의 받고도 소속팀과의 의리를 선택한 ‘옆집’ LG 트윈스의 주장 박해민과 대비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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