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070→010으로’… 768명 울린 발신번호 변작 일당 63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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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1팀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국내 관리책 A씨 등 63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변작 중계기.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피싱 범죄에 악용돼 기피 대상이 된 070(인터넷 전화 고유식별 번호) 전화번호를 국내 이동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뀌도록 발신번호를 거짓표시(변작) 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된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서민들로 고액 아르바이트에 현혹돼 해외 피싱 조직을 도왔다가 사기 방조 혐의라는 죗값을 치르게 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발신번호 변작 등, 무등록기간통신사업) 혐의로 국내 관리자 A씨(20대 여성)와 변작 중계소 운영책 62명 등 총 63명을 검거해 56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서울·경기·인천·강원·광주·대전·대구·경상·충청 등지에서 중계소 52개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중계소는 스마트폰 공기계에 대포 유심을 꽂아 해외 피싱 조직이 보내는 전화, 문자의 발신 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운영책들은 개인당 30~40개 중계기를 운영하며 월 400만~600만원을 운영 수수료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변작 발신번호로 피싱 등 범죄 피해를 본 사람은 768명, 피해액은 총 354억원에 달한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1팀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국내 관리책 A씨 등 63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변작 중계소 운영책을 체포하는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국내 변작 중계소 운영을 의뢰하고 총괄한 총책 B씨와 관리책 2명은 해외 체류 중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다. B씨는 투자리딩 사기와 로맨스 스캠 등 콜센터 여러 곳과 공모해 A씨로 하여금 중계소를 운영하게 하고, 스마트폰 1대 당 100만원씩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중계소 1곳 당 총책은 3000만원 이상 범죄 수익을 거두면서 운영책에겐 스마트폰 1대 당 13만~15만원꼴로 수수료를 준 셈이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에 활용된 전화번호는 총 4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피해 확대를 막고자 단속 중에도 사용된 010 번호 1213개 회선을 이동통신사에 전부 사용 정지 요청했다.
경찰은 변작 중계소 운영책들에게 사기 방조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변작 번호들이 투자리딩, 노쇼, 물품사기,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등 사기 범죄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1인당 피해액은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27억원으로 나타났다. 최다액 피해자는 투자리딩사기에 당했다. 피해자들은 “피싱범들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본인, 가족사진을 올려두고 제안했기 때문에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1팀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발신번호 거짓표시 중계소를 관리 운영한 일당 63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관리책이 섭외한 사람이 변작기를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하는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 단서는 지난 7월 마약류 투약자 검거 과정에 포착됐다.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이 아닌 불법 유심칩 등 중계소 구성에 필요한 물품이 유통된 정황을 잡은 것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1000여 개소를 분석한 끝에 전국 11개 시·도에 흩어진 중계소 51개소를 단속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단말기 1637대, 유심 4299개 등 26억원 상당의 통신장비를 압수했다.
중계소 운영책들은 대부분 일반 서민들로 40~50대 부부가 3쌍, 처남·매부, 형수·시동생 등 가족 관계가 10명, 20~30대 연인과 친구 등 관계와 연령이 다양했다.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홍보 글을 보고 응했으며 사기에 악용된다는 점을 잘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외 총책 검거와 피싱 사기 조직 추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거점을 둔 콜센터 사기 조직이 070이 막히자 국내 이용자인 것처럼 010으로 변작해 대형 피해를 유발했다”며 “변작 중계소 운영은 강력하게 처벌될 수 있는 만큼 월 수백만원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현혹돼 범행에 가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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