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윗집 사람들’ 보며 ‘고당도’ 재미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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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대사가 난무하는 영화 ‘윗집 사람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매일 밤 뜨거운 잠자리 소음으로 아랫집에 민폐를 끼치는 부부. 어느 날 아랫집 부부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성적 욕망을 거침없이 까발리는 것도 모자라, 은밀한 제안까지 한다.

연명 치료로 아직 숨이 붙어있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친척들에게 부고 문자를 돌리고, 가짜 빈소를 마련하는 남매. 이들이 패륜적인 소동을 벌이는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다.

이처럼 발칙한 소재의 블랙 코미디 영화 ‘윗집 사람들’(3일 개봉)과 ‘고당도’(10일 개봉)가 차례로 관객을 찾는다. 여태껏 본 적 없는 파격적인 소재지만, 영화가 다다르는 결말은 보편적인 공감이다. 배우들의 빼어난 앙상블 연기는 공감과 함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윗집 사람들’에서 아랫집 정아(공효진)와 현수(김동욱)는 각방을 쓴 지 오래고, 대화도 메신저로 나누는 등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들과 달리, 윗집 부부 김선생(하정우)과 수경(이하늬)은 매일 밤 잠자리 소음으로 정아와 현수를 괴롭게 한다.

정신과 전문의 수경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던 정아는 인테리어 공사 소음을 참아준 걸 핑계 삼아 윗집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현수는 이 자리에서 매일 밤 시달리는 ‘소음’을 항의하려 하지만, 정아가 극구 만류한다. 불편한 식사 자리가 이어지던 중 윗집 부부는 정아와 현수에게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다.

영화는 두 커플이 식탁 위에서 성생활을 가벼운 농담처럼 떠들어 대는, 야한 영화다. 야하지만, 맨살 노출도 없고 손목 한번 잡지 않는다. 대화의 수위가 ‘19금’일 뿐이다. 옷 위에 와인이 쏟아지자 “젖는 게 익숙해요”라고 받아치고, 풍수 지리를 “풍수가 지리네요”라고 해석하는 식이다.

솔직과 가식을 오가던 대화는 점차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며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 부부 관계의 본질을 되짚어보는 보편적인 결말로 마무리한다.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을 자신의 색깔로 변주한 하정우 감독은 “절제된 느낌이 있던 원작과 달리, 속마음을 드러내는 등 온도와 에너지를 조금 높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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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가짜 장례식을 다룬 ‘고당도’. [사진 트리플픽쳐스]

‘고당도’는 뇌사 상태의 아버지를 오랫동안 돌보던 간호사 선영(강말금), 사채업자에 쫓기는 남동생 일회(봉태규) 부부, 열악한 환경에서도 의대에 합격한 조카 동호(정순범)의 이야기다. 동호의 의대 등록금 마련에 전전긍긍하던 이들은 미리 작성해둔 아버지 부고 문자를 발송해버린 일회의 아내 효연(장리우)의 실수를 계기로 가짜 장례식을 준비한다.

이들의 가짜 장례 작전은 하이스트 무비(무언가를 강탈하거나 훔치는 내용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스릴감이 느껴진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이들의 작전은 조카 동호가 선영에게 “아빠 장례도 치러 달라”고 부탁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회의 가짜 빈소에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치고, 빈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리저리 휘몰아치다 결국 보편적인 정서의 엔딩에 ‘당도’하는 영화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관객에 던진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권용재 감독은 “제목은 부고에서 사용하는 ‘고(故)’와 도달하다의 ‘당도’를 합친 것”이라며 “‘고(故)’는 고향이란 단어에도 쓰이기 때문에 고향에 도달한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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